[태평로] ‘반반 수사’에 ‘3분의 1 수사’까지 하는 코미디
민중기 특검이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의혹,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고발된 게 작년 10월이다. 두 달 뒤엔 민주당 정치인들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측만 편파 수사했다는 이유로 또 고발됐다.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은 혐의들인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건으로 수사를 받으면 한곳에 모아 수사하는 게 원칙이다. 피의자 편의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수사 효율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민 특검에 대해선 경찰 두 곳과 공수처가 사건을 쪼개 수사하면서 본격 수사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공수처를 졸속으로 만들면서 수사기관들의 수사 범위가 겹칠 경우 어떻게 정리할지를 정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 수사기관들은 사건 떠넘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민 특검에 대한 첫 고발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지만 검찰은 사건을 엿새 만에 서울경찰청으로 넘겼다. 수사를 못할 것도 없지만 검찰청을 폐지하는 마당에 굳이 수사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주식 건은 서울경찰청 금융수사대로, 공무원 사망 사건은 종로경찰서로 분리됐다.
[朝鮮칼럼] 국민의힘, 망해야 산다
“조선이 지금의 야만적 상태에 머무느니, 차라리 문명국의 식민지가 되는 게 낫겠다.” 1890년 미국 밴더빌트대에 유학 중인 한 조선인 지식인은 조국의 암울한 현실에 절망했다. 부패하고 무능한 조선 정부의 폭정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망하는 게 어떨까! 문명국 식민지가 되면, 그나마 거듭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물론 잘못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 희망이 없다면, 죽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끔찍한 고통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폐허 위에서 새 생명이 싹틀 것을 믿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진작에 망했어야 했다. 좀비 정당이 죽지 않고 숨을 할딱이며 여기까지 왔다. 엊그제 국민의힘 의총에서는 육두문자가 난무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에 대한 당 지도부의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 숨을 고르고, 어떻게든 화합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자리였다. 하지만 장동혁계 인사가 “야, 인마 나와!”라고 소리치자 한동훈계 의원이 “나왔다. 어쩔래!”라고 맞장을 떴다. 뒷골목 깡패들인가. 보수 대표 정당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나?
보수 정당은 이미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안고 있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은 현금이 가득 담긴 트럭이나 승합차로 정치자금을 받았다. 2004년 박근혜 전 대표가 ‘천막 당사’로 속죄하며 겨우 국민의 용서를 받았다. 물론 오늘날 부패에는 여야가 없다. 대장동 사건의 부당 이익은 무려 8000여억 원에 이른다. 최근 민주당 김병기·강선우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을 통해, 검은돈에 찌든 한국 정치의 실상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新중동천일야화] 3만명 사망설과 권력 균열 속 트럼프의 ‘美·이란 거래 전략’
이번 주 이란은 ‘여명의 열흘(Daheye Fajr)’ 절기를 지나고 있다. 1979년 프랑스 파리에 망명 중이던 호메이니가 귀국한 2월 1일부터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2월 11일까지의 열흘이다. 매년 이란은 혁명 축제 기간으로 이 열흘을 기념한다. 올해도 이란 주요 인사들이 축하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혁명 47주년을 맞는 올 초 너무 많은 시민이 죽었다. 이란 정부는 3117명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외신과 시민단체는 3만명 이상 사망설을 이야기한다. 정부의 강력한 진압으로 시위는 잠잠해졌고, 평온을 되찾은 듯 보인다. 그러나 혁명 체제의 시효는 다해가고 있다. 권력자들은 외세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들의 폭동 때문이라 말하지만, 정부의 부패와 무능으로 인한 경제난에 분노한 시민들의 죽음이 다수였다. 배고픈 백성을 사살한 정권이 영속할 수는 없다. 왕조를 무너뜨려 외세를 타파하고 새 시대를 열겠다던 ‘여명의 열흘’은 반세기 만에 ‘석양의 열흘’로 변해가고 있다.
[김도훈의 엑스레이] [107] 넷플릭스 영화는 말이 많다
일을 거를 수는 없다. 프리랜서라면 더욱 그렇다. 들어오는 일은 뭐든 해야 한다. 당신이 마음에 드는 일만 골라서 하는 프리랜서 글쟁이라면? 축하한다. 탄탄한 본업이 있거나 코인으로 한몫 챙겨 원고료는 따지지 않는 글쟁이일 것이다. 전자는 교수님이 많다. 후자는 없다. 있다면 연락 부탁드린다.
할리우드 스타도 프리랜서다. 일을 거를 수는 없다. 맷 데이먼은 “항상 원하는 역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 영화 ‘그레이트 월’을 생각하니 그건 확실하다. 산드라 블록은 ‘블라인드 사이드’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해 ‘올 어바웃 스티브’로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맷 데이먼은 얼마 전 첫 넷플릭스 영화에 출연했다. 액션 영화 ‘더 립’이다. 그는 넷플릭스에 저항한 최후의 스타 중 하나였다. 극장용만 출연했다. 바뀌는 환경에 더는 거를 수 없었을 것이다. 톰 크루즈와 디카프리오는 아직 저항 중이다. 거를 여유가 있는 양반들이다. 프리랜서의 꿈이다.
[특파원 리포트] ‘실용 외교’는 대만 통해 보여주자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중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해 전례 없는 환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화려한 의전 뒤의 성적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실질적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강대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통령은 이러한 외교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라 부른다. 이 실용 외교가 면피용 수사학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철학으로 인정받으려면, 이제 시선을 대만 문제로 돌려야 한다.
이 대통령의 방중·방일은 대만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대만 사회는 과거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는 그의 발언과 민주당 정권의 전통적 친중 기조를 잘 안다. 이런 상황에서 방중 직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한 말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