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말뿐인 혁신, 발목 잡힌 미래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Atlas)는 거대한 하늘을 두 어깨로 묵묵히 떠받치는 신(神)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붙인 ‘아틀라스’라는 이름에는 미래 산업과 인류의 삶을 지탱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차 아틀라스는 ‘노사 갈등 부담’부터 짊어지고 있다. 2028년 미국 전기차 공장부터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투입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일자리를 로봇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생산 현장의 로봇 도입 확산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로봇 도입이 불러올 고용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는 국가·사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기업도 혁신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엄혹한 현실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기자의 시각] 통근버스 없애면 지방 살아나나
서울에서 나고 자란 무주택자로서 ‘국토 균형 발전’에 대한 바람은 누구보다 간절하다. 서울 쏠림은 국민 다수를 불행하게 한다. 지방 사람은 살던 곳을 떠나와야 하고, 서울 사람은 살던 곳에서 쫓겨날까 걱정이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서울 집값을 보고 있으면, 지방의 여건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균형 발전 정책 가운데 전국 10개 권역에 세워진 혁신 도시는 실망감만 안긴다. 2014년 본격 입주가 시작된 혁신 도시는 지방에도 ‘살고 싶은’ 거주지를 만들겠다는 명분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공공기관 153곳, 직원(공무원이 아니다) 약 5만명을 내려보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주율이 저조한 곳이 많다. 계획 인구 2만~5만 규모로 흩뿌려진 데다, 인근 대도시와도 떨어져 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덕종의 아디스레터] 아프리카에 34년 살아보니,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게 됐다
정부파견의로 우간다에 첫 부임하던 토요일이었다. 휴일임에도 그는 공항에 나와서 귀빈실로 입국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당시 우간다는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 거리를 걷는 것조차 위험하던 시절이었다. 그는 내가 개인 차량을 마련할 때까지 일터인 ‘물라고 병원’으로 날마다 나를 태워 주었다. 타향에서 만난 친형님 같은 따뜻함. 그런데 그가 건넨 첫마디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닥터 유, 이 먼 곳까지 봉사하러 온 마음은 가상하지만, 고생하지 말고 빨리 짐 싸서 돌아가시오. 이 나라에 정말 필요한 건 의사 한 명이 아니라, 공장을 지어줄 사업가요.”
당시엔 당혹스러웠지만, 현지를 치열하게 겪어본 선배의 깊은 애정과 고뇌가 담겨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몇 해를 보내며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절감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았기 때문이다.
[한삼희의 환경칼럼] 한 사람만 나서도 동네가 밝아진다
도시 사람들은 자기 사는 곳에 뿌리를 못 내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이웃과 서먹서먹하고 지역에 애착을 갖기 쉽지 않다. 사실 도시민도 마음 한구석에는 이웃과 미소로 인사하고, 아픈 분 안부 묻고, 음식이나 과일 나눠 먹고, 골목길 빗자루 청소 함께 하고, 조촐한 모임 만들어 같이 어울리고 했으면 하는 욕구가 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곳은 드물다.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겠지만 쑥스럽고 어색해 첫발을 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필요한 것은 앞에 나서주는 분들이다. 서로 생각은 있지만 표현 못 하는 부분을 드러나게 해주고, 연락하고 장소 구하고 프로그램 짜는 성가신 일도 맡아 수고해 주는 분이 있으면 도시 속에서도 골목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다시 듣게 된 ‘오이도 송 선생’의 스토리가 그랬다.
[기고] 전동 킥보드, 면허 의무화보다 속도 제한 강화가 현실적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던 전동 킥보드 안전 규제와 관련한 법률안을 다시 가져와 재심의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전동 킥보드 이용 시 면허를 요구하는 현행 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하자 법적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면허 확인 의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헌재는 작년 12월 전동 킥보드 이용 시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의무화한 현행 도로교통법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런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가 안전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는 건 다행스럽다. 중요한 건 실질적으로 안전을 끌어올릴 수 있고, 현실에서 작동 가능한 안전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전동 킥보드를 타기 위해 필요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는 본래 오토바이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다. 조작 방식이나 주행 특성이 오토바이와는 전혀 다른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 오토바이 면허를 요구하는 것은 이용자에게 과도한 진입 장벽이 된다. 더 큰 문제는 현실성이다. 대다수 이용자가 단거리 이동을 위해 전동 킥보드를 선택한다. 그래서 이들이 별도의 시험장을 찾아 면허를 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결과 현행 제도는 상당수 전동 킥보드 이용자, 특히 청소년 이용자를 사실상 무면허 상태로 남겨두는 구조다. 실제로 10대 전동 킥보드 사고 중 무면허 상태에서 발생한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규제가 안전을 확보하기보다는 현실과 괴리된 채 불법을 양산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