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코스피 5000, 왜 나는 무서운가
지수는 뛰었는데 경제는 뒷걸음질쳤다. 코스피는 꿈의 ‘오천피’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지만 작년 4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은 –0.3%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시장과 실물 경제 사이의 위험한 간극(disconnect)”에 대한 경고가 떠오른다. 시장은 파티 중인데 실물 경제는 얼어붙었다. 축배를 들기 전에 이 위험한 괴리의 본질을 똑바로 봐야 한다.
[동서남북] 일본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이유
‘탈(脫)한국’이 이제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자녀를 일본으로 유학 보냈거나 보낼 예정이라는 기업 부장·임원을 10명 이상 만났다. 미국·영국 등 영어권 중심이던 ‘부모 등골 브레이커’ 리스트에 일본이 추가되고 있는 것이다. 게이오·와세다처럼 유명 대학만이 아니다. 리쓰메이칸·테이쿄·도요 대학 등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대학 진학을 위해 고2·3 때부터 일본어에 도전한 사례도 있었다. 왜 일본인가. “가까운 선진국이라서” “요즘 미국이 예전 같지 않아서”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같은 이유만은 아니었다. 입시 지옥, 다음엔 취업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저마다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선 결과였다.
[특파원 리포트]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온 편지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미 해사청 훈련함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의 인도 지연 사태를 보도했다. 작년 8월 이재명 대통령이 현지에서 열린 명명식에 직접 참석했던 그 배다. 시운전 과정에서 선박의 추진축 계통 결함이 발생해 재수리 작업에 들어갔고, 이에 따라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조선업 현장의 숙련공 부족이 빚어낸 참사라는 전문가 분석도 담았다.
그 기사가 나간 뒤에 낯선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보낸 사람은 필리조선소에서 일하는 한국인 베테랑 기술자였다. 그는 “기사에 언급된 작업은 미국 인력이 아니라 20년 경력의 한국 기술자들이 수행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베테랑들의 작업을 왜 숙련도 낮은 비전문가의 실수로 취급하느냐는 항변이었다. 자신들은 2024년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기 훨씬 전인 5~10년 전부터 이곳에서 선박 건조에 참여해 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현준의 공간과 도시] 홍콩·뉴욕 같은 국제금융도시, 부산은 왜 안 되나
얼마 전까지 아시아 최고의 금융 도시는 홍콩이었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 서구권 최고의 금융 도시는 뉴욕이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큰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 도시’라는 점이다. 대도시지만 바닷바람이 불면 공기가 깨끗해지는 장점이 있다. 두 도시 모두 해외 무역선이 들어와서 형성된 도시다. 뉴욕은 네덜란드 상인이 들어와 ‘뉴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훗날 영국이 점령해서 새로운 ‘요크’라는 뜻의 ‘뉴욕’으로 개명했다. 홍콩은 영국인이 중국과 아편전쟁을 통해 조차지로 빼앗으면서 시작된 도시다.
국제 무역상들이 들어와 있다 보니 은행이 필요했다. 그래서 항구 근처에 금융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두 도시 모두 항구에서 가까운 지역에 금융지구가 발달해 있다. 뉴욕의 월스트리트, 홍콩의 센트럴지구라는 금융 업무 지구는 모두 바닷가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원래 ‘월(wall)’이라는 단어가 뜻하듯이 담장이 있던 자리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침입으로부터 항구를 지키려고 담을 쌓았다가 훗날 원주민에게서 맨해튼 토지를 매입한 후 북쪽으로 도시를 확장하면서 담장이 사라졌고, 그 자리가 월스트리트가 되었다.
[카페 2030] 나는 가끔 ‘고인물’이고 싶다
최강록 셰프를 좋아한다. 화제가 된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기전 과거 그가 운영했던 카레집 메뉴판 사진을 봤을 때, 팬심에 불이 붙었다. 9000원짜리 ‘오래 끓인 카레’가 있었다. 메뉴 설명은 단출하다. “오래 끓였습니다….”
물 들어올 때 덕질을 하기로 했다. 그는 경연 프로그램 심사위원이던 미쉐린 스타 셰프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최근 이런 말을 했다. “저는 ‘고인물’이다. 그렇게 살아온 시절이 많았다. 형편에 맞게 하는 음식이 좋았고, 제가 생각하는 선에 맞는 음식을 하고 싶었다.” 도전을 두려워하며 살아왔다는 자기 고백처럼 들렸다.
고인물은 대개 도태의 언어로 쓰인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격언에서 비롯됐다. 변화하지 않거나 정체된 사람을 주로 일컫는다. 한동안 고인물이라는 고백이 부끄럽기만 한 일인지 생각했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강요하는 사회, 변화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거나 맞추지 않기를 선택하면 고인물이라는 낙인이 붙는다. 밑바닥에는 바뀌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공포가 있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일상이 된 환경에서 한 가지만 붙들고 왔다는 사실은 둔감하며 유연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