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20일 발매 예정인 신보 '아리랑'의 앨범 발매를 알리는 래핑 광고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펼친 BTS. 광고에 쓰인 커다란 붉은 원 세 개는 아리랑의 초성을 형상화 한 것으로, BTS 멤버 정국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히트 뮤직

1966년 4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 표지에 실린 ‘스윙잉 런던, 신나는 도시’(London: The Swinging City)라는 제목은 비틀스의 인기와 함께 런던이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선 순간을 상징한다. 비틀스가 주요 명반을 녹음한 애비 로드 스튜디오 앞 횡단보도는 곧 해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1964년, 비틀스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첫 미국 방송 출연을 위한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번쩍 치켜든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은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60년 만에, 이 제목 속 ‘런던’을 ‘서울’로 바꿀 수 있을까. 지난 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그려진 BTS의 새 앨범 ‘아리랑’ 예고 광고를 보며 스친 생각이다. 붉은색 원 세 개는 아리랑 초성을 형상화한 앨범 로고로, 그 정확한 속뜻은 아직 비밀이지만 벌써 전 세계 팬들은 신곡 이해도를 높이겠다며 아리랑 공부를 시작했다. 일부 팬들은 로고에 태극기 ‘괘’가 결합된 것 같다며 ‘건곤감리’ 뜻을 공유하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리랑이 ‘한국의 비공식 국가’라며 그에 얽힌 항일 역사와 다양한 판본까지 심층 분석했다.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해서 미처 들여다볼 생각도 안 한 아리랑의 특별함이 BTS를 통해 세계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BTS가 ‘한국에서 출발한 그룹이란 정체성을 담겠다’고 예고한 이 앨범의 첫 무대가 광화문 광장인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들은 광화문 일대 전광판과 경복궁, 숭례문 등을 오는 3월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하는 새 앨범 공연에 활용할 계획이다. 과거 K팝 업계에선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입성을 글로벌 흥행 척도로 삼았다. 하지만 이젠 BTS를 통해 광화문 광장이 세계인을 끌어모으는 메인 무대로 치환되는 것이다. 서울시 등은 BTS의 광화문 공연이 전 세계 팬 20만명을 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방문객과 맞먹는 규모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평론가들이 BTS를 ‘21세기 비틀스’로 비유하는 건 두 그룹의 영향력이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비틀스의 노래가 당대 청년의 반전과 평화의 찬가가 되었듯, BTS의 노래는 세계 각지의 청년을 연대시킨다. 세 차례 UN 연설에서 노래 가사 ‘LOVE MYSELF’에 담긴 ‘선한 영향력’의 메시지를 강조했고, 유니세프 캠페인은 4년 만에 세계에서 90여억원을 모았다. 이제 BTS의 팬클럽 아미(ARMY)는 아리랑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공유하는 것을 단순한 팬 활동을 넘어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는 집단적 정체성으로 여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과거에는 어색했던 이 문장을 당연한 일상으로 증명해 낸 것이 BTS의 저력이다. 이들이 군 복무 후 첫 복귀의 일성으로 ‘우리 뿌리인 아리랑’을 선언한 지금, 서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스윙잉(Swinging)’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