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간첩, 없는 게 아니라 ‘어쩌라고요’ 하는 것
‘종북 몰이’ 운운하며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제출한 민형배 등 범여권 의원 31명은 2023년 민노총 간첩 사건의 판결문을 꼭 읽어야 한다.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신분으로 간첩 활동을 벌이다 적발돼 징역 9년형 최종 선고를 받은 석모(55)씨의 판결문엔 그가 북에 보낸 충성 맹세문 5건이 실려 있다.
“사무치게 그리운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이 땅에 낙원을 펼쳐 주시려 생신 날도 쉬지 않으시며 불면불휴의 현지 지도 길에 오르셨던 아버지 장군님” “우리 이남의 전사(戰士)들을 값 높게 호명해주신 김정일 장군님의 영정 앞에 두 손 모아 영생을 노래하며” “인자한 미소와 따사로운 품으로 안아 주셨던 그 사랑이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2022년 4월 보낸 마지막 맹세문에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받들어 대를 이어 충성하자”고 썼다. 김씨 왕조의 노예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거대 노동 단체의 핵심에 앉아 있었다. 이것이 국보법 폐지론자들이 부정하고 싶은 우리의 현실이다.
[에스프레소] 개미와 개척
매년 봄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 미식 투표단은 주목할 만한 식당을 선별해 특별상을 수여한다. 향후 ‘베스트 50’에 오를 잠재력을 갖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해 수상자는 인도에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팜로어(Farmlore)였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가 ‘개미’다. 쬐끄만 불개미를 디저트 위에 몇 마리 올려내는데, 씹으면 과일 같은 산미(酸味)가 톡 터진다고. 레몬나무·망고나무 등 서식하는 나무에 따라 개미 향도 다르다고 한다. 시상식은 서울에서 열렸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가 공동 주관했다.
[기자의 시각] 여유 없는 美, 한국은 준비됐나
요즈음 국제정치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미국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새해 벽두부터 베네수엘라 현직 지도자가 미군 작전에 의해 체포됐고, 미국은 동맹국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확보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과연 미국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324] 사람의 길 읽은 조경의 神
프레데릭 옴스테드(Frederick Olmsted)는 ‘미국 조경의 아버지’로 불린다. 19세기부터 팽창하는 도심 속에 ‘열린 공간’에 대한 개념과 공원을 통한 복지를 주장했다. 이전까지 개인 소유이던 정원을 시민이 사용하는 공원으로 변환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의 조경 디자인은 땅과 식물의 조화, 건축의 질서, 그리고 인간의 행태를 이상적으로 반영·제시한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대표작은 뭐니 뭐니 해도 1876년 완성된 뉴욕 센트럴파크다. 지난 150년 동안 수많은 도시 공원의 모델이 됐다. 옴스테드는 여러 대학교의 조경에도 관여했다. 스탠퍼드, 버클리 등 오늘날 캠퍼스가 예쁘다고 회자되는 곳들이다. 그중 백미는 뉴욕 이타카(Ithaca)에 있는 코넬대학이다. 고딕, 신고전주의,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구불구불한 언덕, 폭포와 호수의 전망 등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이 그의 손으로 연출됐다.
[정수윤의 길을 걸으며] [13] 대한 끝에 양춘 있다
“아유, 이번 달 난방비가 48만원이 나왔어, 48만원!” 수영장 탈의실 옷장 너머에서 아주머니의 한탄이 들려온다. 나도 평소보다 10만원 이상 더 나와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는데 저 집은 더하네. 들어 보니 복층이란다. “엄마, 그만 좀 해!” 같이 수영을 다니는 20대 딸이 듣다 못해 짜증을 낸다. “어쩌라고, 그럼 집에서 패딩 입고 있어?” ”그래, 입어라. 제발 좀." 모녀의 대화를 어쩔 수 없이 듣고 있던 사람들이 조용히 웃는다. 나도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말렸다. 연일 이어지는 영하의 날씨에 제대로 머리를 안 말리고 돌아다녔다가 감기로 고생 좀 했다. 이래저래 무시무시한 추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