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2만2222원에 산 시집
시가 밥 먹여 주지 않는 게 당연하다면, 재미야말로 각별히 중요한 것이 된다. 밥조차 먹여 주지 않는 재미없는 일이라면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시인은 적극적으로 재미를 좇아야 하는 직업이 되었다. 오해는 마시길. 대중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타협하거나 봉사하라는 것이 아니다. 시심(詩心)을 품는 것에 무한한 애정을 갖는 것 혹은 시 쓰기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말이다. 대다수 시인이 이미 몸소 실천하고 있다. 시인들이 소설가들보다 재미있게 논다는 건 문단 사람들이 다 안다.
상업성으로부터 무한히 멀어지고자 하는 실험. 밥과 무관한 재미의 극단적 추구. ‘먹고사니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밥 먹여 주지 않는 것의 재미를 외치는 유니콘 같은 이들이 있다. 그 재미는 참 귀하다. 다른 모든 것이 사라질지언정 재미가 남는다면 이는 얼마나 값진가. 그저 ‘돈돈’거리는 일에 매진하는 우리네 일상에 경종을 울린다. 새해맞이 부적처럼 책상에 올려 둔 또 다른 시집의 제목을 떠올려 본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朝鮮칼럼] 베네수엘라·이란 사태, 한반도와 얽혀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전개되는 격동적 상황은 동아시아와 한반도 정세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갖는다. 무엇보다 신냉전의 전반적 세력 균형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 가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만과 유럽에서 미국과 서방에 대한 새로운 군사적 도전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일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체제 붕괴가 현실화해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다면, 대미 패권 경쟁의 전략적 교두보 상실과 저렴한 석유 공급망 붕괴로 중국의 외교적·경제적 고립은 한층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는 그 동맹국인 북한도 한국이나 미국에 대해 무모한 군사 도발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산모퉁이 돌고 나니] 그분이 답장을 보내와 너무 기뻤다
선생님은 유럽을 다녀오면서 내게 그림을 찍은 사진을 하나 선물한 적이 있다. 베드로와 요한이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는 모습의 작품이었다.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아 금빛 액자에 넣어 지금까지도 서재에 두고 있다.
문득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선생님이 생일 축하 문자를 받을 수 없다 해도 하늘에서 받지 않겠나 생각했다. 부활의 소망이 담긴 그림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축하 문자와 함께 보냈다. 너무나 기쁘게도 곧 답신이 왔다. “제 생일을 기억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 작은 그림을 발견했을 때 제 가슴은 기쁨으로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사랑으로 빛나는 두 남성의 눈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활 소식에 달려가는 그림 속 두 남성과 그 그림을 보고 기쁨으로 터질 것만 같았던 한 여성의 가슴은 이미 부활의 소망으로 죽음을 넘어선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닐까!
◇[동서남북] 낯뜨거운 정치 특검, 유통기한 끝났다
미국에서 특검법이 없어진 그해, 우리나라에선 특검법이 만들어졌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을 수사한 강원일 특검을 시작으로 작년 12월 28일 수사를 마친 민중기 특검까지 27년 동안 17개가 운용됐다. 2014년 정쟁을 줄이고 신속하게 발동하겠다며 만든 상설특검까지 합치면 19개에 달한다. 하지만 특검의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살아 있는 권력엔 면죄부를 주고, 정적을 겨눌 땐 무리수를 두는 사례가 빈번했다. 미국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폐지했던 ‘정치적 도구화’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데스크에서] 카카오의 ‘화양연화’ 다시 보려면
조수용은 최근 출간한 책 ‘비범한 평범’에 이렇게 썼다. “최근 카카오톡이 인스타그램처럼 서비스를 바꾸려고 시도했습니다. 카카오톡에서 맺은 관계가 인스타그램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건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 상식입니다. 아마도 카카오톡이 이용자들을 앱에 오래 머물게 하려던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카카오톡에 짧게 머무르려고 노력합니다.”
카카오가 다시 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조수용의 마지막 한마디에 해답이 담겨 있다. “사람은 언제나 진심을 알아본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