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의 유머란 무엇인가]
중학교 때 나를 가르쳤던(3년 내내 담임을 맡았던) J 선생님은 알루미늄 카본 재질의 선수용 양궁 화살로 학생들 종아리를 ‘즐겨’ 때리던 분이셨다(내가 다녔던 중학교에 유명한 양궁부가 있었다). J 선생님의 담당 과목은 수학. ‘수포자’라는 단어가 아예 없던 시절부터 선제적으로 그 길을 걸어갔던 나와 내 친구들은 수학 시간마다 칠판 앞으로 불려 나가 종아리를 맞곤 했는데, 그때마다 붕붕 말벌 날아오르는 소리가 났다(양궁 화살이 공기를 가를 때 그런 소리가 났다. 양궁 화살은 잘 부러지지도 않았다). 수학이 들은 날엔 거의 빠짐없이 맞았고, 어떤 날은 종례 시간에 맞은 데를 또 맞았다.
묘했던 것은 우리를 때리던 J 선생님의 표정이었다. 선생님은 우리를 때리면서 계속 히죽히죽 웃으셨는데, 그게 좀 섬뜩했다.
[윤희영의 News English] 미국의 군사작전 명칭은 누가 어떻게 정할까
미군 특수부대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압송(capture and transport)한 작전 이름은 ‘Operation Absolute Resolve’다. 여기서 ‘resolve’는 ‘해결·결심·의결하다’라는 동사가 아니라 ‘결의’를 뜻하는 명사형이다. 그래서 ‘확고한 결의 작전’으로 번역된다.
미군의 이런 작전명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 ‘The War Zone’ 등 군사 매체에 따르면, 미군은 1975년부터 NICKA라는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김국현의 과학기술 유행어 도감] 피지컬 AI
챗GPT는 차라리 간단했다. 언어라는 상징을 입력받아 다시 그 상징을 출력하면 됐다. 자동 완성 기능처럼 다음에 나올 말을 예측할 뿐인데 영락없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인간의 언어란 실은 그렇게 뻔한 것이었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어른이 다시 아이로
어린 시절 식탁 아래로 기어들어 가면 그렇게 편안할 수 없었다. 웅크리고 앉은 나를 둘러싼 식탁과 의자의 육중한 다리들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성벽 같았다. 상판을 통해 웅웅대며 들려오는 어른들의 대화 소리는 세상에 없는 자장가였다. 내가 부모가 된 다음에는 아이들이 흘린 밥알을 줍는 게 아니면 굳이 식탁 아래로 들어갈 일이 없었다. 그나마도 무릎을 꿇은 채 어두컴컴한 식탁 아래서 바닥을 훑으려면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났다. 어린 시절 그토록 안온했던 ‘식탁 아래’는 어느 순간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미술관에서 ‘식탁 아래’와 마주칠 때까지는.
[광화문·뷰] 이혜훈이라는 ‘대홍수’
요즘 넷플릭스 최대 화제작은 한국 영화 ‘대홍수’다. 공개 직후 일주일 넘게 세계 71개국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차트도 석권했다. 성적만으론 한국 영화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난 기분은 참담했다. 나만 속은 건 아니라는 사실이 유일한 위안이랄까. 10점 만점에 3~4점대의 평점 폭우가, “내 시간을 돌려 달라”는 관람평이 쏟아지고 있었다.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30%대 수준. 한마디로 ‘썩은 토마토’ 취급을 받은 것이다. 흥행은 1위인데, 평점은 바닥. 둘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벌어진 작품은 들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