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윤의 길을 걸으며] 손이 하는 말
며칠 전 운전하다가 다소 혼잡한 삼거리에서, 신호등 없는 건널목 앞에 서서 손을 번쩍 든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열 살쯤 되었을까. 주먹을 꼭 쥐고 뻗은 팔이 겨드랑이에서 떨어져 나갈 듯 힘차다. 다가오는 차들 때문에 꽤 기다렸는지 작은 주먹에서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해서 얼른 브레이크를 밟고 아이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박정훈 칼럼] 큰 개미 李 대통령, 위험천만 ‘주식 세일즈’
이재명 대통령은 자칭 ‘큰 개미’였다. 28세에 변호사로 개업하자마자 주식에 입문했다. 첫 투자 종목은 하필 ‘작전주’였다. 세력이 붙어 있는 줄 모르고 사들여 얼떨결에 3배를 벌었다. 그 후로도 소형주 투자로 성공을 거두며 주식에 빠져들었다. 변호사 본업 대신 하루 종일 단타 거래만 했다. 그것도 성에 안 차 선물·옵션까지 손댔다가 IMF 사태 때 깡통을 차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 정신 차려 우량주 장기 투자로 본전을 찾고 최고 15억원까지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예사롭지 않은 실력이었다.
◇[특파원 리포트] 맘다니가 부른 50년 전 악몽
뉴욕에서 자칭 ‘민주 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주 하원 의원이 시장으로 당선되자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벌써 벤치마킹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맘다니식 무상 복지 공약이 승리 해법이고, 뉴욕 시민들이 쌍수 들어 환영하는 줄 알고 있는 것 같다. 실상은 다르다. 오랜 세월 뉴욕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뉴요커들은 50년 전 참혹한 경제 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며 사방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뉴욕 공연장, 객석도 예술
이민자의 도시 뉴욕에서는 공연자의 국적에 따라 관객의 구성이 달라지는 풍경을 본다. 예를 들어, 키신이나 트리포노프 같은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공연 때는 몸집이 큰 러시아 관객들이 굵직한 목소리로 “브라보!”를 외친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객석에서 단정한 신사 숙녀들의 영국식 영어 발음이 들린다.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베아트리체 라나의 공연 때는 멋지게 차려입은 이탈리아 관객들이 주를 이뤄 객석의 패션을 업그레이드한다.
◇[에스프레소] 18분 뒤에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가끔 넷플릭스를 볼 땐 시시한 영화를 찾게 된다. 골치 아픈 일은 현실에도 많은데 영화 보면서까지 심각해지고 싶지 않아서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도 그렇게 선택한 영화였다. 다이너마이트처럼 빵빵 터지는 액션 활극인 줄 알고 시청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