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와 론스타 소송 승소를 계기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현안에 언급을 자제해 온 그는 두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 저격수’로 돌아온 모습이다. 한 전 대표는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두 사건에서 진실 따위는 상관없다는 탈진실 행태를 반복한다”며 “자신들이 방해했던 론스타 항소를 자기들 공이라고 하고, 대장동 사건도 판결문만 읽어보면 탄로 날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가 주장하는 대장동과 론스타 사건의 진실을 들어봤다.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의 핵심은?
“법조인 입장에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이슈가 있다.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일이 있다. 이 사건이 그렇다. 검찰 항소는 아침에 해가 뜨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거칠게 말하면 검사가 돈 먹었거나 외압받았거나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정성호 법무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 대장동 일당을 재벌로 만들어 준 사건이다.”
−그 과정에 외압 논란이 있다.
“나는 사표 세 번, 좌천 네 번, 압수 수색 두 번과 독직 폭행까지 겪었다. 나를 꺾으려는 사람에 저항해 봤고, 꺾는 지위에도 있어 봤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항소 만기 날 퇴근 30분 남겨놓고 그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 결재가 끝나고 그걸 들고 법원까지 가 있는 상황이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도 이런 건 못 꺾는다. 후환이 너무 크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한 분밖에 없다. 나중에 조사하면 11월 7일만 보면 된다. 영화 <대부>에 나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그날 들어갔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제안’이 들어갔단 말인가.
“이제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은 안 나올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입을 열면 끝나는데, 공범들이 ‘우리한테 정말 이럴 거냐’는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겠나. 나는 그런 식의, 사실상의 ‘협박’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항소 포기로 이 대통령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될 범위의 최대치도 줄었다. 게임 자체를 ‘스몰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검찰이 공범들을 이 대통령의 ‘저수지’라고 의심하는데, 저수지가 7000억원을 그냥 가져갔다. 항소 포기의 최대 수혜자는 단언코 이 대통령이다. 정 장관이라고 하고 싶었겠나. 딱 떨어지는 직권남용인데.”
−정 장관은 ‘신중히 판단하라’고만 했다는데.
“살인 명령을 문서로 해야 살인인가? 현실적으로 수사 지휘를 한 거다. 김대중 정부의 한 검찰총장은 아는 기업인을 수사하는 지검장에게 전화해 ‘이 회사가 잘됐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이게 직권남용 유죄가 됐다. 이미 20년 전이다. 그런데 정 장관 행동이 유죄가 나지 않을 것 같나.”
−민주당은 범죄 수익은 민사소송으로 환수하면 된다고 한다.
“헛소리다. 보이스피싱으로 5억원을 당했다고 치자. 범인을 잡아서 그 재산을 동결했는데 법무 장관이 이걸 풀어주면서 ‘피해자가 민사로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면 그걸 용인할 수 있겠나. 7000억원 민사소송 하려면 인지대만 20억원이다. 검사 100명이 달라붙어도 받아내기 힘든데 성남시가 되겠나. 그래서 1심 재판부도 판결문에 성남시가 낸 소송이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400여 억원을 추징한 거다.”
−구형보다 선고 형량이 높아 항소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건 전부 유죄가 났을 때 얘기다. 7000여억 원 중 무죄 부분이 더 많다. 마땅히 항소해 다퉜어야 한다. 이제 김만배씨는 확정적으로 재벌이 됐다.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때문이다. 재판하다가 김씨가 실수로 ‘사실 내가 해먹은 게 7000억원이 맞다’고 말해도, 추가로 증거가 나와도, 되돌릴 방법이 없다. 이러니 내가 토론을 제안해도 민주당 출신 법무 장관 4명이 다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항고 포기와도 비교한다.
“그 사람들 버릇이다. 김만배씨를 재벌로 만든 것과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가 무슨 상관이 있나. 윤이 지금 밖에 있나? 윤 전 대통령은 다시 감옥에 보낼 수 있었지만 김씨를 재벌로 만든 조치는 비가역(非可逆)적이다. 하느님도 못 바꾼다. 그게 결정적 차이다. 또 심우정 전 총장은 압수 수색받고 조사받았다. 같은 사안이라면 정 장관도 그래야 한다. 법적으로는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 항고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이 무력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선 이후 당내에 대한 비판이나 고언은 마음먹고 자제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당내 비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근 항소 포기가 잘못됐다는 국민이 48%라는 조사가 있었다. 국힘 지지율 24%의 두 배다. 나머지 24%는 국힘을 지지하지 않지만 상식과 정의를 위해서라면 굳이 민주당을 고집하지 않는 분들이다. 그 분들 마음을 잡고 대변해야 한다. 당내에 앙금이 있고,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은 함께 싸울 때다.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절체절명이라니.
“독재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본다. 항소 포기를 대충 넘어가 주면, 다음은 공소 취소, 그 다음은 대법원 갈아 없애기일 것이다. 19일 검찰 인사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사람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항소 포기가 잘못됐다고 한 국민 48%에게 굽힐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묵과할 수 없다. 70여 년 대한민국의 성취를,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돈을 받아먹으라고 하라. 싸움을 피할 수가 없다. 정권 초라고? 정권 초엔 전쟁 나도 안 싸우나. 잘못하면 황산벌, 잘하면 (명량대첩의) 울돌목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싸울 건가.
“정 장관부터 탄핵해야 한다. 학폭에 비유하면 피해자 노만석 총장 대행은 퇴학당하고, 가해자는 재단 이사장 아들이라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내버려두면 반드시 공소취소까지 갈 것이다.”
−내년 지방 또는 보궐선거에 출마하나.
“5~6개월 뒤의 상황을 지금 얘기하긴 어렵다.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다. 우리 당은 지금 얼굴을 마주 보고 싸울 때가 아니라 어깨를 맞대고 적과 싸울 때다.”
“론스타 사건 1월 변론 종결, 새 정부가 뭘 했다는 건가”
한동훈 전 대표는 “론스타 소송의 마지막 변론이 지난 1월 21~23일이었다”며 “새 정부는 그 후 5~6개월 지나 들어왔다. 물리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승소 결과가 나왔을 때 그냥 같이 박수 쳐 주려고 했는데, 김민석 총리가 나와서 새 정부의 쾌거라는 식으로 얘기해 너무 놀랐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민주당은 ‘어차피 질 소송을 뭣 하러 하느냐’ ‘이자 비용이 날마다 불어나는데 장관이 배임죄로 책임질 거냐’ ‘자기 이름 날리려고 쓸데없는 짓 한다’ 등 온갖 공격으로 항소를 방해했다”며 “그때 가장 방해했던 사람이 지금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이라고 했다.
그는 “아주 간단하게 얘기하면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국 펀드에 대한 반감을 가진 국민 정서를 자극해 외환은행 매각을 못 하게 해서 6조원을 손해봤다’는 주장이고, 우리는 ‘남의 나라에 와서 주가 조작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자기들 손해 봤다고 메꿔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입장이었다. 우리가 주가 조작 증거들을 탄탄하게 제시해 중재 재판관들도 이를 모두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검사 시절이던 2006년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을 맡아 10년에 걸친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2022년 법무 장관 재직 시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800억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지자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론스타 사건은 내 검사 인생 10년을 바친 사건”이라며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항소해도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