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등 유튜브 권력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다음 선거에 공천받지 못하고 낙선할지언정 유튜브 정치 권력에 편승해 덕 볼 생각은 조금도 없다"며 웃었다. /박성원 기자

김어준 저격으로 ‘파란’을 일으키고도 곽상언은 무덤덤했다. 같은 당 박희승 의원은 내란특별재판부 추진을 비판했다가 사과했지만 그는 “내가, 왜, 누구한테 사과하죠?” 반문했다. “노무현이 사위를 잘못 뒀다”는 강성층 비난엔 “그들이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일전(一戰)은 연휴에도 이어졌다. “유튜브 권력은 특정 후보를 고정 출연시키거나 특별 편성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 컨설팅 용역비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다. …사실상 정치로 장사하는 행위로 형사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의원실엔 기다란 염주가 걸려 있었다. “신자는 아닌데 경전 보는 거 좋아합니다. 불경(佛經)을 많이 봐서 제가 좀 불경(不敬)합니다, 하하!” 당 안팎 눈치 안 보는 마이웨이 스타일이지만 “조선과의 인터뷰는 조금 망설여졌다”고도 했다.

◇노무현 덕에 쉽게 정치했다고?

-대통령만큼 세다는 김어준 권력을 비판해 악플에 시달렸겠다.

“생각보다 강도가 높진 않았다. 오히려 응원 전화를 많이 받았다. 현역 의원님들을 비롯해 일반 국민들까지 지지하는 내용의 문자가 훨씬 많았다.”

-‘갑자기, 곽상언이, 왜?’라는 의문이 있었다.

“정치하기 전부터 생각해 온 문제다. 일요일에 모처럼 딸들과 점심을 먹다가, 지인이 공유해 준 기사가 평소 내 생각과 비슷해 짧게 공감의 글을 단 것뿐이다.”

-후폭풍을 예상했을 텐데.

“반응이 셀 줄 알았다면 모든 약속 취소하고 좀 더 길게 제대로 썼을 것이다(웃음).”

-최민희 의원은 정치인이 구독자 많은 유튜브에 나가 인지도 좀 올리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박했다.

“음주의 위험성을 지적했더니, 술 마시면 기분이 좋은 게 왜 문제냐고 주장하는 셈이다. 술이 즐겁기만 하다면야 무슨 문제가 되겠나.”

-노영희란 변호사는 ‘곽상언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숟가락을 얹냐’고 했던데.

“유튜브에 나와 발언하지 않으면, 자기들 눈앞에 알짱거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으로 함부로 매도한다. 정치인, 국회의원들 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집단화된 정치 상황 속에서 유튜브를 활용하는 정치인, 활용하지 않는 정치인만 있을 뿐이다.”

-‘곽상언이 (노무현 덕에) 쉽게 정치를 해서, 바닥부터 처절하게 안 해봐서 그렇다’는 논평도 있었다.

“나는 노무현의 사위라는 이유만으로 국정원 사찰을 당한 기록이 둘째로 많은 사람이다. 그 사찰에 하나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고립돼 고통스러운 생활을 해왔다는 뜻이다. 5년 전 처음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공천심사위원회에 면접을 보러 갔더니 ‘어떻게 노무현 가족이 감히 선거에 나오려고 하느냐’고 묻더라. 노무현 조롱이 국민 스포츠라고 불리던 때가 엊그제다. 그런데 내가 쉽게 정치를 했다고?”

유튜브 권력과의 일전을 선언한 곽상언 의원은 "스스로 종교화해 가고 있는 유튜브 권력은 선거와 공천에 개입해 정당 정치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DB

◇당대표 선거 뒤흔든 유튜브 권력

-유튜브의 권력화는 왜 문제인가?

“정당 제도를 이미 침해했고, 선거 기능을 왜곡시키고 있다. 구독자 수, 조회 수를 활용해 정치인의 활동을 통제하고 제약한다.”

-유튜브 권력이 선거와 공천을 좌우하나?

“그들은 진영 내 선거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위세를 떨친다. 최근 양당의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목도하지 않았나? 국민의힘은 꼴찌였던 후보가 전한길씨의 노골적인 지지로 한 달 만에 1위로 올라섰다. 전씨는 ‘나를 선택하는 분이 당대표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구독자가 많아 영향력이 크다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닌데.

“물론이다. 핵심은 이를 활용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특정 후보를 찍어 당선시켜 줄게? 이것처럼 나쁜 게 어디 있나? 유튜브 권력이 설정한 의제를 당과 국회로 와서 그대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정당 정치의 왜곡이다.”

-정치의 오락화에 그쳐야 할 유튜브가 정치의 사업화로, 정치인을 이용한 돈벌이로 가고 있다고도 비판했더라.

“인지도를 높이려고 출연한다지만 따지고 보면 정치인은 유튜브 상업광고, 그들의 금전적 이득에 이용되고 있는 피해자들이다. KBS, MBC가 특정 정치인 불러다 놓고 ‘이거 좀 먹어보시라’며 광고한다는 게 상상이 될까?”

-유튜브를 규제해야 한다고 보나?

“제도권 언론과 같은 기능을 한다면 규제도 같이 가야 한다. 기성 언론은 형식적으로라도 중립을 표방한다. 팩트 체크라는 걸 한다. 대놓고 진영 방송을 하는 정치 유튜브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총선에서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소감을 밝히고 있는 곽상언 의원. 오른쪽은 아내인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딸 정연씨다. /연합뉴스

◇통제받지 않는 권력

-당신도 변호사 시절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했다.

“김어준 방송이 대안 미디어로 순기능을 한 때가 있었다. 어려운 정치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게 해줬다. 그런데 파워가 너무 세지면서 순기능을 잃었다.”

-김어준 유튜브에 나가지 않은 민주당 의원이 65명이라고 한다. 출연만 하면 인지도가 올라가고 후원금이 쏟아질 텐데.

“그래서 안 나간다. 다른 의원들 생각은 모르겠고, 나는 인지도가 없어 낙선되는 한이 있어도 거기 편승해 덕 볼 생각 없다. 내 성격이 그렇다.”

-김어준을 비판한 페북 글에 ‘종교의 정치 참여’란 글을 첨부했더라.

“유튜브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성장했다. 내 말만 맞고 다른 의견은 헛소리라고 매도하면서 스스로 종교화했다. 국민을 희생양 삼아 특정 진영과 인물이 이득을 보는 행태엔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지난해 ‘검사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기권했을 때부터 유튜브 권력과 틀어진 건 아닌가.

“그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다. 다만 나는 잘못은 빨리 반성하고, 잘못하지 않은 건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김어준 측에선 항의하지 않았나?

“나한테 직접 온 연락은 없다.”

-친한 사이였을 것 같은데.

“친소 관계와 무관하다. 그리고 친한 사람이 나쁜 짓 하면 괜찮은 건가(웃음)?”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영정을 들고 걸어가고 있는 곽상원 의원. /연합뉴스

◇꽃밭이 아름다운 이유

-유튜브 권력에 대한 비판이 재임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사람들이 있다.

“어르신으로부터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겠지만, 그분을 떠올리면서 한 말은 아니다.”

-이동형이란 평론가는 ‘노무현이 사위를 잘못 뒀다’는 댓글을 인용하며 다음 선거에선 공천받지 못할 거라고 장담하던데.

“까불지 말라는 경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조언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각자의 이득에 따라 노무현을 소비하고 왜곡하는 일은 그만했으면 한다. 어르신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이 내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다.”

-필요할 때만 노무현을 이용한다는 뜻인가?

“문재인도 윤석열도 정청래도 모두 노무현을 존경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가 아는 어르신은 정치의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일관된 정치, 절제된 정치를 하려고 애쓰셨다. 그들이 진심으로 노무현을 존경한다면 정치도 그렇게 했어야 한다.”

-‘곽상언의 시선’이란 책에 ‘꽃밭’이란 글이 있다. 꽃의 모양과 색깔이 다르다고 해서 뽑아버리면 안 된다는.

“꽃밭에 꽃이 하나만 있으면 그건 이미 꽃밭이 아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저마다의 언어와 생각을 하나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다.”

-검찰청 폐지, 내란전담재판부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제가 법사위가 아니라서(웃음).”

-검찰 개혁에 누구보다 찬성할 것 같은데.

“조직의 본질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면 된다. 수사권 남용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민생을 살리는 방향으로. 저에 대한 유튜버식 조롱으로 표현하자면, 검찰 수사 한번 안 당해보고 ‘쉽고 편안하게 정치한’ 분들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모습이 얼마나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탄핵돼야 할까?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를 봐서는 글쎄, (탄핵 사유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법사위 파행이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변호사 시절 재판을 함부로, 무례하게 하는 판사를 봤다. 내가 분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재판을 이런 식으로 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항의하자, 판사 왈 ‘이렇게 재판하지 말라는 법은 또 어디 있느냐’ 하더라. 비슷한 풍경이다, 하하!”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곽상언 의원은 "정치 유튜브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며 "제도권 언론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원 기자

◇타인을 위한 정치

-봉하마을엔 자주 내려가나?

“보통 사위들이 처갓집 가는 횟수만큼 간다.”

-귀가 참 크다. 남의 말을 잘 듣나?

“성인(聖人)의 성(聖) 자에 귀 이(耳)와 입 구(口)가 들어간다. 성인은 먼저 듣고 말하는 사람. 저의 큰 귀를 먼저 들으라는 뜻으로 여기고 노력하고 있다.”

-책에 ‘지도자는 타인의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썼더라.

“논어부터 양명까지 유교 경전에서 늘 강조하는 얘기다. 대통령이든 당권을 쥔 사람이든 나의 정치적 이득이 아니라 국민의 이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나라는 잘될 수밖에 없다. 권력을 가질수록 타인을 위한 정치를 펴야 한다.”

-정치보다 학계로 갔으면 어땠을까?

“팔자가 편했으면 그랬을지도…(웃음). 그러나 사람에겐 저마다 주어진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년 가장’이었더라. 10대부터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매우 힘든 성장기를 보냈던데.

“장학금을 타야 대학에 갈 수 있어서 공부는 정말 열심히 했다.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다(웃음).”

-지역구인 종로가 ‘케데헌’ 특수를 누리고 있다.

“5000년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에 그 장대한 서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종로구 외에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궁궐 외에도 도심에 남아 있는 귀금속 산업, 봉제 산업을 보호하고 키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노무현은 곽상언 정치에 몇 점을 줄까?

“50점?”

-유튜브 권력을 비판한 발언에 대해서는?

“그건 80점 주실 것 같다, 하하!”

☞곽상언

1971년 서울 출생. 신목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대,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법고시에 합격,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딸 정연씨와 결혼했다. 한전을 상대로 불공정 누진제 관련 공익 소송을 벌이는 등 변호사로 활동하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2024년 총선에 출마, 종로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