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하경

추석 명절이 되면 가족끼리 모이는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문화이다. 문화는 두 가지로 나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명절을 지내는 것은 소프트웨어 문화이고, 문화재는 하드웨어 문화다. 그렇다면 건축물은 어디에 속할까? 건축물은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건축물을 하드웨어로만 여기지 말라

2008년 방화로 남대문이 불에 타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복원된 남대문을 두고 일각에서는 오래된 것이 아닌 복원된 남대문이 국보 1호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론도 오르내렸다. 그 이야기 속에는 건축물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적으로만 생각하는 가치관이 숨겨져 있다. 남대문이 불에 타 무너져서 복원했다. 그리고 남대문 복원에 쓰인 나무는 수백 년 전 나무가 아니라 몇 년 전에 베어낸 소나무다. 그렇다면 나무가 오래된 것이 아니니 진짜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오래 묵은 나무로서의 남대문이 아니라 수백 년 전 조선인이 디자인하고 당대 최고 구축 기술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로서 가치를 가진 남대문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건축 문화재다. 우리는 역사 시간에 이 만리장성을 진시황제가 만들었다고 배웠지만, 실은 지금의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도자기 수출한 돈으로 개축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진시황제의 만리장성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오랑캐를 막기 위해서 장성을 세운다는 개념이 진시황제 때 만들어진 것이고 그 개념이 문화재로서 중요한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옛것을 잇는 방식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건축은 물건의 성격이 강한 도자기나 그림과는 다르다. 건축은 사람이 들어가고 나오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가 교체되고 복원되고 사용되면서 보존되는 것이 옳다. 남대문은 오래된 나무가 쓰였기 때문에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문화재인 것이고, 그 생각을 기념하기 위해서 결과물인 남대문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따라서 오리지널 남대문이 불타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래된 나무가 불에 탔다고 통곡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고건축을 하드웨어로만 보면 그냥 보존에 치중하는 반면, 소프트웨어로 보면 좀 더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다.

프랑스는 기차역이었던 건물을 오르세 미술관으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루브르 역시 처음 로마의 병참 요새로 시작해서 왕궁이 되었다가 시대가 지나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심지어 중정에 이집트 피라미드를 유리로 만들어 넣었다. 그러면서도 파리의 대표적인 건축 문화재로 당당하게 거론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수라간에 레스토랑이 있고 경복궁이 박물관으로 사용되면 안 되는 걸까? 더 이상 건축 문화재를 박제해 놓고 우상화하지 않았으면 한다. 건축은 시대에 맞게 사용될 때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존하고 무엇을 남겨야 할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디자인

뉴욕의 허스트 커뮤니케이션사는 90년 된 본사 건물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신사옥이 필요했다. 고민은 기존 6층짜리 전통 건물은 입면만 남겨놓고 내부 슬래브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46층 현대식 타워를 집어넣는 계획안으로 해결했다. 건축물의 가치를 좀 더 세분해서 보았기에 가능한 디자인이다. 경회루 같은 건축물은 구조 자체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전체를 보존해야 한다면 서양식 벽식 구조를 띤 건축은 벽면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허스트사는 구사옥의 입면만 보존하고 내부는 로비 공간으로 바꾸고, 7층부터는 고층 오피스를 짓는 것으로 해결했다. 전통의 보존과 경제적 필요 다 만족시킨 것이다.

전통의 보존 하면 떠오르는 것이 피맛골이다. 이곳에 새롭게 고층 오피스 빌딩을 개발하며 피맛골을 보존한다면서 직선의 복도에 기존 피맛골의 가게를 좌우로 배치했다. 하지만 그곳에 피맛골의 느낌은 사라지고 없다. 피맛골이 특별한 이유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의 모양, 주변의 낮은 단층 건물 때문에 보이는 넓은 하늘이었는데 그것을 다 없애고 식당만 남긴 것이다. 피맛골에서 보존해야 했던 것은 ‘골목길의 모양’이다. 골목길은 형태를 가진 건물이 아니지만 골목길의 모양은 수백 년의 시간을 통해서 서서히 자연 발생한 무형 자산이다.

그런 모양의 길을 걸으면서 느끼게 되는 우리의 감성이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다. 피맛골의 모양을 유지하고 길과 접한 부분에는 단층 건물만 짓게 하고 대신 후면부에 높이 제한을 풀어주어서 고층을 지을 수 있게 해주었다면 전통 유지와 개발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지 분별해야 한다. 경회루 같은 건물은 전체를 보존해야 하고, 어떤 근대식 건물은 입면만 보존해야 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골목길의 모양만 보존해야 할 수도 있다. 건축물을 한 덩어리로 보지 말고 가치를 분해해서 봐야 하며 소프트웨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보존해야 할 것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 재생은 흑백 둘이 싸우는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세상을 읽으면 과거만 바라보고 싸우게 된다. 미래에 가치의 중심을 두고 디자인을 잘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