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말잔치가 벌어졌다. 대상은 탈영 아니냐는 눈총까지 받는 어느 젊은이. 휴가 연장은 카톡으로도 된다. 본래 카투사가 편한 곳이라 의미 없는 논란. 의혹을 발설한 당직병은 결코 단독범이 아닌 듯하다. 안 가도 될 군대 갔으면 상 주고 칭찬은 못할망정…. 방탄(防彈) 의원단 공연은 끝이 없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위국헌신군인본분)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
바칠 헌(獻) 몸 신(身) 하니까, 그냥 군대 가면 ‘헌신’인 줄 아나 보다. 몸과 마음 힘껏 바치는 일이 헌신이요,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는 게 헌신이다. 안 의사(義士)가 사형당하기 전, 말 그대로 몸 바치기에 앞서 붓으로 남긴 말씀 아닌가. 엎지른 물 주워 담느라 한 말이 또 얹힌다. “적절하지 않은 인용으로 물의를 일으켜 깊이 유감을 표한다.”
남길 유(遺) 섭섭할 감(憾), 성에 안 차 언짢다는 뜻이다. 본래 말뜻 살려 구어체로 옮겨 보자. “내가 턱없는 말 했다면서 사람들이 야단치니 못마땅해 죽겠네.”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다. 이걸 숱한 언론에서 사과(謝過)랍시고 알린다. 여기서 ‘유감’은 말썽 장본인이 아니라 남들이 할 말이다. 제대로 쓴다면? ‘감히 위인 말씀을 일개 사병의 의심스러운 행적에 갖다 대다니 유감이다.’ 유감은 ‘미안’이나 ‘죄송’의 반대편에 있음을 어쩜 그리 뭉개는지.
서울 종로에 나가면 ‘날염(捺染)’을 ‘나염’이라 쓴 광고탑이 버젓하다. 각종 매체에선 걸핏하면 ‘부기(浮氣)’를 ‘붓기’로 쓴다. 나쁜 피 빨아내는 ‘부항(附缸)’이 심심찮게 ‘부황’이 된다. 좀 쉽다 한들 매한가지. 이태 전 대기업 입사 시험문제에서 ‘청렴결백(淸廉潔白)’과 어울리는 색깔을 고르라 했단다. ‘흰 백(白)’을 몰라 ‘파랑’ 찍은 수험생이 꽤 됐다는데…. 그나마 ‘맑을 청(淸)’에서 ‘푸를 청(靑)’을 떠올렸으니 낙심할 것까지야? 한자 교육, 참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