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한국같이 인구는 많고 자원은 부족한 나라의 운명은 대부분 대외 정책에서 결판이 난다. 남한이 북한에 이긴 가장 결정적 요인은 한마디로 세계를 지향한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자급자족 경제’를 선호했던 김일성 주석의 그것보다 월등히 우월했기 때문이라는 데 세계적으로 이론이 없다. 중국을 참혹한 ‘죽의 장막‘에서 구해 준 건 1972년 닉슨과 모택동의 만남이 그 시작이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 특히 앞으로 이스라엘⋅인도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가까이 지나야 할 2 나라 이스라엘

1인당 벤처 투자액 세계 1위 이스라엘

먼저 이스라엘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실리콘 와디’를 모르는 사람은 많다. 국토는 한국의 4분의 1, 인구는 7분의 1밖에 안 되는 콩알만 한 나라인 이스라엘판 실리콘밸리이다. 세계 최강 미국 실리콘밸리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요새다.

전 세계 대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와서 걸핏하면 몇 천억원, 몇 조원씩 주고 한국 기업을 사겠다고 한다고 생각해 보라. 직원 40~50명밖에 안 되는 조그만 벤처기업을 우리 돈으로 18조원에 사겠다고 제안하는 기업도 있고, 전 세계 400개 거대 기업이 아예 우리나라에 기술 연구소를 세워놓고 호시탐탐 사 갈 수 있는 기술과 회사를 탐색하느라 정신이 없는 지역이 있다면 어떨까.

그런 일이 벌써 한 10여년째 계속 일어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그리고 그 중심 도시가 바로 ‘실리콘 와디’다. ‘실리콘 와디’를 중심으로 탄생된 이스라엘 기술들 중에는 USB, 드론, 캡슐형 내시경, 자율주행 기술, 3D 입체 화면 기술 등등 인류사의 획을 바꾸어 놓은 걸작이 많다. 이스라엘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숫자가 말해 준다. 국민 1만명당 연구·개발 인력 비율 세계 1위, 연구·개발비 비율 세계 1위, 1인당 벤처 투자액 세계 1위, 한 해 창업 벤처 기업 수 유럽 전체를 추월, 세계 셋째로 많은 나스닥 상장 기업, 노벨상 수상자 12명을 낳은 나라 등이다.

한국은 이런 나라와 힘을 합쳐야 한다. 두 가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첫째, 경제 구조가 무척 상호 보완적이다. 한국은 제조에는 강하나 기술에는 아직 약하다. 이스라엘은 반대다. 제조에 약하다. 그래서 기술을 개발해도 자국에서 쓰기보다 해외에 팔 수밖에 없다.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무한한 가능성들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기술을 활용한 합작 공장을 한국에 세우고 그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키면 양쪽에 다 대박이 될 것이다. 두 나라가 친해져야 할 역사적, 문화적 이유도 있다. 한마디로 닮은 점이 너무 많다. 둘 다 1948년 새 국가로 탄생했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고 자원은 모자라는데 적대적인 이웃 나라와 처참한 전쟁을 치렀고 지금도 위협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 다 훌륭히 민주주의를 정착시켰고 그러면서 국민소득 3만~4만달러대의 어엿한 선진 경제를 만들어냈다. 둘 다 대단히 가치중심적 문화를 갖고 있다. 이렇게 닮은 나라가 세계에 어디 있나? 최근 SK텔레콤이 자동차 트렁크에 넣을 정도로 축소된 X레이 촬영기를 발명한 이스라엘 벤처 나녹스(Nano-x)에 투자하여 성공리에 나스닥에 상장시킨 것은 무한한 잠재력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가까이 지나야 할 2 나라 인도

20년 후 인도 경제 세계 1위 전망

다음으로 한국이 친해져야 하는 나라는 인도다. 한국 경제가 지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 바로 중국 리스크에 대한 최선의 대비다. 미·중 관계가 정말 악화되었을 때 한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이미 사드 파동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한국에는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일이다.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대비하고 있다. 지난 1~2월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세계적 대기업 450곳 중 76%가 중국 밖으로 공급망을 이전했거나 이전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의미심장한 것은 그들이 대부분 인도로 가겠다고 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올해 인도의 외국인 투자가 작년의 두 배인 1750억달러까지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인도는 투자 대상국으로 여러 가지 약점이 많은 나라다. 셀 수 없이 다양한 민족, 무려 1600여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나라다. 교통 인프라는 엉망이고 카스트 제도 등 구악들이 아직도 삶의 구석구석에서 판을 치는 데도, 중앙정부의 말발은 잘 안 먹히는 그런 나라다. 그럼에도 시티그룹은 인도 경제가 2040년까지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매년 5~6%에 달하는 경제성장, 중국과 거의 비슷한 13억6000만 인구를 가지고 그래도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이루어 낸 저력 있는 나라다. 한마디로 안심하고 베팅할 수 있는 나라다. 이스라엘은 기회, 인도는 안심을 줄 수 있는 나라다. 기업은 물론 장관급 이상의 상호 방문, 경제 단체, 대학, 연구 기관들 간 교류 협력 등을 가속해야 한다. 이런 걸 이루어 내는 게 바로 ‘전략적 외교’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 하에선 대북 관계를 제외하고는 ‘전략적’ 외교를 통 볼 수 없는 건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