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라고 하면 흑산도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흑산도 못지않게 홍어를 많이 잡는 섬이 있다. 흑산도처럼 삭힌 홍어가 아니라 싱싱한 홍어회를 즐겨 먹는 섬이 있다. 서해 5도의 하나인 대청도이다. 대청도 선진포 한 식당에서 맛본 홍어회는 분명 흑산도 예리항에서 막걸리와 함께 먹었던 ‘참홍어’였다<사진>.

대청도 예리항에서 먹었던 싱싱한 홍어회

참홍어는 수심 100m 내외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이다. 여름에는 대청, 소청, 백령 등 장산곶 주변의 바다에 서식하다 겨울에 남쪽 흑산도로 내려간다. 참홍어가 남쪽으로 가면 대청도 어민들도 따라갔다. 1970년대에는 대청도, 소청도, 백령도의 많은 어부가 홍어를 잡기 위해 흑산도로 내려갔다. 이들 중 지금도 흑산도에 머물며 홍어를 잡는 사람도 있다. 홍어잡이를 나갈 때 돼지머리, 시루떡 외에 홍어를 올리며 출어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흑산도에서 미끼 없이 홍어를 잡는 ‘걸낙’ 어법도 이때 전해졌다고 한다.

흑산도에서 전해졌다는 대청도 홍어 잡는 어구 ‘건주낙’

대청도에서는 이 어법을 ‘건주낙’이라 부른다. 줄에 묶은 수백 개의 미늘이 없는 낚시를 홍어가 다니는 길목에 놓아 잡는다. 봄에 잡힌 홍어는 차곡차곡 저장해서 운반선을 이용해 영산포나 목포에 내다 팔았다. 대청도에서 출발한 배가 사나흘 걸려 영산포에 도착하면 알맞게 자연 숙성이 되었다. 이렇게 숙성된 홍어를 전라도 사람들이 좋아했고 가격도 좋았다. 당시 인천에서는 홍어가 잘 유통되지 않았고 삭힌 홍어는 먹지 않았다. 운반선은 돌아올 때 어민들로부터 주문받아 쌀 등 식량과 생필품을 가져왔다. 또 가을까지 잡아 말린 ‘건작홍어’는 시제가 많은 경상도에서 인기가 좋았다. 한국전쟁 전에는 여름 홍어는 소금에 절였다가 북한 장연, 태탄, 신천, 송화에 팔아 식량과 생필품으로 교환했었다. 조기잡이 이후 꽃게잡이 이전까지 대청도 경제를 좌우했던 것이 참홍어였다. 참홍어가 많이 잡힐 때는 인심도 좋았다고 한다.

요즘 대청도 옥죽동 어민들은 홍어잡이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이 마을은 홍어만 잡는 배가 7척 있다. 흑산도로 출어할 때만 해도 대청도의 선진포나 사탄동 등 다른 마을까지 모두 80여 척의 홍어잡이 배가 있었다. 최근 울릉도와 독도에 많이 잡히는 참가오리가 유전자 분석 결과 참홍어로 밝혀졌다. 참홍어는 흑산도, 대청도 그리고 울릉도와 독도까지 우리 바다와 국토 끝섬을 지키는 바닷물고기이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