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요 교수
“日, 간병 담당 복지사 200만명
식사·치료 계획 등 세심한 관리
전문직으로 인정, 20대도 많아”
일본 의료 정책 전문가인 남상요 인하대 정책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일본에선 눈만 깜빡이는 중환자가 집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가족 여행도 가고, 부부 싸움도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정부도 내년부터 요양 병원을 대상으로 간병비 지원을 시작한다. 어떻게 평가하나.
“더 일찍 했어야 한다. 세계 주요 국가 중 간병 책임을 국가가 지지 않고 개인에게 전가하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부끄러운 일이다.”
-일부 요양 병원에 대한 구조 조정도 병행해야 하나.
“그렇다. 질 낮은 간병을 하는 병원까지 지원하는 건 곤란하다. 정부도 1200여 요양 병원 중 중환자 입원율이 높은 500곳에 대해서만 간병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니, 자연스럽게 감축이 될 것이다. 질 높은 요양 병원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질 높은 요양 병원이 무슨 뜻인가.
“중환자를 위한 세세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다. 그래야 손이 많이 가는 중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치매에 특화된 ‘세부 진료 항목’이 41개 있다. 모두 수가(정부가 병원에 주는 돈)를 받는다. 그중엔 ‘환자 생활 습관 관리’ ‘환자 가족 상담’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엔 없는 항목이다. 한국은 일반적인 치료·간병만 하니 중환자 케어가 어려운 것이다.”
-간병 인력난 해결을 위해 해외 인력을 데려와야 하나.
“일본도 2000년대부터 국가 간 협정을 통해 동남아에서 간병 인력을 들여왔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었다. 일본으로 들어온 외국 간병 인력이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자국의 젊은 층이 유입돼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간병인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직으로 만들어야 젊은 층이 들어온다. 지금 우리나라 요양 병원의 간병인 대부분은 60·70대다. 간병인은 전문성도 없고 소득도 낮은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 직종으로 인식돼 젊은 층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전문직 간병인이란 게 어떤 건가.
“가령 일본의 개호(돌봄) 복지사를 참고할 수 있다. 개호 복지사가 되려면 전문대 개호복지학과에서 2년 이상 교육을 받고 국가 자격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개호 복지사는 환자의 식사 등을 보조하는 일도 하지만 환자의 치료·돌봄 계획을 짜고 그에 맞춰 개호 인력을 투입하는 핵심 관리자다. 사회적으로 전문직종으로 통한다. 200만명 개호 복지사 중엔 20대도 많다.”
-한국에선 최근 집에서 치료·돌봄을 받는 통합 돌봄이 시작됐는데.
“재택 돌봄으로 가야 한다. 자기가 살던 집, 동네에서 생을 마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집에서 중환자를 돌보는 게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꼭 그렇지 않다. 일본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의 한 가정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눈만 깜빡이는 중환자 노인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 이 환자는 특정 글자에 시선을 두는 투명 문자판으로 아내와 소통을 했다. 아내 말로는 ‘부부 싸움도 하고, 물리치료사 등을 대동해 남편과 가족 여행도 간다’고 하더라.”
-재정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 일본의 연간 의료비 지출은 400조원으로 이 중 절반가량은 노인 의료비로 추정된다. 의료비 과다 문제가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일본이 정답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초고령 사회인 우리나라도 노인 돌봄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정의 효율적 배분을 고민해야 한다.”
☞남상요 교수
국내에서 손꼽히는 일본 노인 의료 정책 전문가다. 1993년 일본 도쿄대에서 보건학 박사를 취득한 뒤, 현지 병원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대한요양병원협회 초대 사무총장, 한일의료경영연구회장, 한국보건의료행정학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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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교수
“한국 요양 병상 수, OECD국 9배
시·군·구에 공립 요양병원 짓고
1200개 넘는 민간시설은 줄여야"
국내 대표적인 간병 문제 전문가인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명예교수는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국 200여 시·군·구마다 지자체가 공립 요양 병원과 요양원을 하나씩 만들고, 1200여 민간 요양 병원의 최소 절반은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국 시·군·구마다 요양 병원을 만드는 게 가능한가.
“그렇다. 가령 병원 설립 때 정부·지자체로부터 건축비 지원을 받는 대신 20년 정도 운영을 하다가 소유권을 지자체에 넘기는 ‘기부채납 요양 병원’이 지자체마다 꽤 있다. 소유권을 넘겨받아도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해 다시 원래 병원에 운영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운영권을 관할 지자체 내 국립대병원이나 시·도립 병원으로 넘겨야 한다.”
-왜 국립대병원 등으로 넘기나.
“지역의 국공립 병원이 산하에 요양 병원과 요양원을 두고 관리하면 환자가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어떤 점이 그런가.
“거점 국공립 병원이 치료를 마치고 상태에 따라 환자를 산하 요양 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보내면 환자 치료 상황이 어느 정도 공유되기 때문에 환자 맞춤형 간병·요양을 제공할 수 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간병 인력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국공립 요양원의 경우 입소 대기 기간이 1년이 넘는 경우가 많다.”
-왜 민간 요양 병원은 절반 이상 줄여야 하나.
“한국의 요양 병원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보다 9배 많다. 정부가 2000년대 중반 고령화 대책으로 요양 병원 설립 요건을 완화하면서 재래시장 상가 3~4층에도 요양 병원이 생길 만큼 난립하게 됐다. 간병의 질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곳이 많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요양 병원에 대한 간병비 지원을 시작하는데.
“간병비 지원은 필요하다. 간병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핵심 복지다. 다만 지금 상태에서 간병비 지원부터 시작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간병비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요양 병원의 과잉 입원을 억제하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없애면 요양 병원은 아무나 입원하는 숙박 시설처럼 될 수도 있다.”
-구조 조정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렇다. 중환자를 볼 능력이 안 되는 요양 병원은 이제 정리해야 한다. 요양 병원의 인력과 장비 등을 재가 돌봄 쪽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환자가 집에서 돌봄을 받다 생을 마치는 재가 돌봄으로 가야 한다.”
-중환자를 집에서 보긴 어렵지 않나.
“요양 병원을 중증 치매 환자나 근육병 환자 같은 중환자만 가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섬망(의식 혼란) 증세 등을 동반하는 치매·뇌졸중 환자가 본인을 받아줄 병원을 찾아 떠도는 간병 난민 문제도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요양 병원이 없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중환자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간호·간병 통합 병동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병원이 손이 많이 가는 중환자보다 경증 환자를 많이 받고 있어서다. 중환자는 일반 병동에서 한 달에 400만~500만원을 주고 개인 간병인을 써야 하는 구조다. 현재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700여 병원의 병동을 100% 통합 병동으로 만들면 된다. 이를 위해 매년 1조50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의 한 해 사적 간병비 지출액이 10조원 이상이란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비용이라고 할 수 없다.”
☞김진현 교수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장,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장, 복지부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