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잇달아 의료 인공지능(AI) 사업에 뛰어들면서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고 있는 건수도 3년 새 2.5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 허가 건수의 폭증은 전 세계적인 의료 AI 개발 속도전에 국내 기업이 발맞춰 가고 있는 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허가·인증·신고 건수가 2023년 62건에서 2024년 108건, 2025년 157건으로 3년 사이 2.53배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이미 55건이 허가·인증·신고돼 단순 계산하면 한 해 동안 220건을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18년 4건, 2019년 13건, 2020년 50건 등과 비교하면 10년도 되지 않아 허가 건수가 폭증한 셈이다.
실제 개발·허가 현장에서 의료 AI의 발전은 매우 빠르다. 일례로 이달 식약처에서 국내 제품 중에선 처음으로 생성형 AI 기반 디지털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AI리드-CXR’은 단순히 질병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활자화된 소견서를 작성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기존 AI 디지털 의료기기는 흉부 X선 영상에서 이상이 있는 부위를 찾아내고 질병의 유무나 중증도를 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 제품은 아예 의료진이 참고할 수 있는 예비 소견서를 만들어낸다.
이 밖에도 업계에서 연내 허가를 예상하고 있는 ‘M4CXR’이라는 제품도 흉부 X선 영상을 분석한 후 42종의 흉부 질환과 영상 의학적 소견에 대한 판독 소견서를 생성할 수 있다.
업계의 선발 주자 격인 루닛이 만든 ‘인사이트 DBT’는 유방 단층 촬영술 영상을 AI로 분석하는 기능으로 지난해 허가를 받았다. 3차원 영상을 AI 기반으로 분석해 의료진의 유방암 진단을 돕는 제품으로, 기존 2차원 유방 촬영술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닛은 이런 성과 덕에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인 831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국내 의료 AI의 빠른 발전이 정부의 절차 간소화 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1월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시행되면서 환자에게 직접적인 치료를 하는 게 아닌 ‘데이터’ 임상시험은 식약처장의 승인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AI 소프트웨어는 데이터 임상이 많은 만큼 식약처 승인 없이 실시하는 임상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