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울산 동구 울산대병원 본관 1층에서 의료진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하는 모습. 이 병원은 검사 예약 시스템을 바꿔 평균 18일이던 MRI 검사 대기일을 0일로 줄였다. /곽래건 기자

“오늘 오후 1시 40분에 CT(컴퓨터 단층 촬영) 검사 가능한데, 바로 하시겠어요?”

지난 2일 낮 12시 울산 동구에 있는 울산대병원 암병원 상담실. 간호사의 안내에 환자인 차모(73)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이날 오전 외래 진료에서 차씨는 다음 주 간암 수술 일정이 잡힌 상태였다. 수술을 받기 전에 혹시 모를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과 맞닿은 가슴 부위 CT 촬영이 필요했는데, 바로 CT 검사를 받게 된 것이다. 외래 진료 당일 CT 검사를 받는 건 일반 대형 병원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을 통해 접수된 경우가 아니라면 CT 촬영은 며칠씩 대기해야 하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울산대병원도 원래는 이랬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 병원에서 CT 검사를 받으려면 평균 20일,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는 평균 18일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두 검사 모두 환자 방문 당일 진행이 가능하다. 사실상 대기가 없는 ‘제로 웨이팅’을 이뤄낸 것이다.

이는 지방 상급 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951병상)의 변화된 모습 중 하나다. 이 병원은 2023년부터 혁신 작업에 돌입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병원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2024년 의정 갈등이 터지자, 다른 병원이 허리띠를 졸라맬 때 울산대병원은 투자를 더 늘렸다.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진 구인난, 진료 공백 등의 문제를 일시적인 것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병원은 100여 명이던 PA(진료 지원) 간호사를 250명으로 늘렸다. 별도 수당을 주며 마취과 의사들을 붙잡았고, 간부급 의사들도 응급실 당직 근무에 투입됐다.

특히 이 병원은 ‘진료-검사-수술’로 이어지는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등 병원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을 단행했다. CT·MRI 시스템 개편도 그 일환이었다. 애초에 촬영 부위 상관없이 CT는 10분, MRI는 40분의 시간이 할당돼 있었다. 5분 정도 걸리는 CT 검사에 10분의 시간을 잡아놨던 셈이다. 이에 병원은 CT 7분, MRI 25~30분으로 할당 시간을 줄였다. 여기에다 오전 8시 30분이던 검사 시작 시간도 8시로 당겼고, 저녁 외래 검사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인력도 20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 의료진이 전화 대신 컴퓨터로 검사 예약을 할 수 있게 전산 시스템도 개발했다. 그 결과 검사 수용 인원이 50% 가까이 늘면서 당일 검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문 상담을 해주는 코디네이터 간호사는 진료 계획을 의사와 미리 상의해 환자에게 전화해 알려준다. 예를 들어 피 검사나 복부 CT 등이 필요할 것 같으면 ‘공복 상태를 유지하고 병원에 오라’고 안내해준다. 의사를 만나야 시작되는 진료 일정이 이 병원에선 예약 단계부터 시작돼 전체적으로 진료 기간이 단축됐다.

그 결과 병원 효율성이 대폭 올라갔다. 암 수술 대기일은 평균 35일에서 28일로 일주일 단축됐다. 2025년 암 수술 건수는 3141건으로 의정 갈등 전인 2023년(2533건)보다 24% 늘었다. 2023년 61.2%이던 중증 환자 비율(암 포함)도 2025년 73.9%로 2년 만에 12%포인트 넘게 뛰었다. 빠른 치료·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자, 서울행 대신 울산대병원을 택하는 지역 환자도 크게 늘었다. 2차 병원에서 울산대병원으로 신규 환자를 의뢰한 건수는 2023년 9667건에서 2025년 1만5943건으로 2년 만에 65% 급증했다.

병원 실적도 덩달아 개선됐다. 헬스케어 전문 컨설팅 기업인 엘리오앤컴퍼니에 따르면 울산대병원의 의료 수익은 지난해 6176억원으로 비수도권 종합병원 중 1위를 기록했다. 의정 갈등 전인 2023년과 비교하면 20.6%나 늘어난 것이다. 의정 갈등 여파로 대부분의 병원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진료비를 비싸게 받아서도 아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작년 9월 전국 상급 종합병원 45곳 중 비급여 비율이 낮고, 진료비가 저렴한 병원 7곳을 선정했는데, 울산대병원이 그중 하나였다.

박종하 울산대병원 병원장은 “중증 환자 비율이 올라가며 병원 수익성이 좋아진 것”이라며 “지방 병원도 지역의 최종 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점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