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대 대한병원협회(병협) 회장으로 유경하(66)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10일 선출됐다. 첫 여성 병협 회장이다. 다음 달 취임해 2028년 4월까지(2년) 병협 회장을 맡게 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인 유 신임 회장은 이날 열린 병협 정기총회에서 지역·직능별 임원선출위원 40명의 투표를 통해 당선됐다.
유 회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대목동병원 진료협력센터장, 교육연구부장 등을 거쳐 이화의료원 기획조정실장과 이대목동병원장을 지냈다.
그는 당선 직후 소감에서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상생 협력’ 체계를 구축해 병원계 전체를 위한 구조적 해법을 마련하겠다”며 “지역·필수·공공 의료의 실마리를 지역에서부터 풀기 위해 지역별·직능별 회의를 현장에서 순회 개최하겠다”고 했다.
유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배경으로는 병협에서도 여성 리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사립대의료원협의회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던 점이 꼽힌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사립대의료원협의회의 추대를 받아 출마했다.
다만 경쟁자였던 이왕준(62) 명지병원 이사장도 일각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어 선거는 혼전 양상을 띠었다. 친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 이사장이 신임 회장이 되면 병원협회가 정권과 호흡을 맞추기 좋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실제 이 이사장은 학생운동으로 구속된 이력 등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이사장이 명지병원과 제천명지병원, 청풍호노인사랑병원 등 다양한 유형의 의료기관 경영에 관여하면서 서로 다른 기능과 역할을 가진 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정력을 높이 사는 이가 많았다고 한다. 국제병원연맹(IHF) 차기 회장으로도 선출된 만큼 국제 병원계와의 협력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서울대 출신임을 강조하며 의료계에 퍼져 있는 동문들의 표심도 어느 정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거 전부터 논란이 일었던 ‘출마 자격’ 문제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병협은 대학병원과 중소 병원의 신사협정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회장 자리를 양측이 번갈아 하는 원칙이 있었다. 이번에는 대학병원 출신이 회장을 맡을 차례였는데, 이 이사장이 출마한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는 명지병원이 한양대 협력병원이란 명분으로 출마를 강행했다. 앞서 병협 법제위원회는 “협력병원에 출마 자격을 인정해 준 선례를 이번에도 적용한다”며 이 이사장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학병원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대한사립대병원협회는 이 이사장이 후보 사퇴를 하지 않으면 병협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 이 이사장이 당선될 경우 탈퇴하려 했던 일부 대학병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병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이사장이 당선될 경우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IHF 행사를 보이콧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이 이사장이 IHF 차기 회장으로 나서는 행사에서 대학병원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국제 행사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정권과 지나치게 가까운 이 이사장이 당선되면 병협이 너무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인식이 선거인단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