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서울 신사역 인근 한 건물에 성형외과와 피부과 간판이 빼곡하게 달려 있다. '성형외과' '피부과'라고 전문 과목을 표시하지 않고 '의원' 간판을 단 병원도 대부분 미용 시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다.

‘피부 진료’를 표방하는 동네 병원 10곳 중 9곳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전문의 자격이 없는 의사)가 진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의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 자격은 있지만,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아 전문 과목이 없는 의사를 가리킨다. 반면 전문의는 의사 자격을 취득한 뒤 인턴·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 시험을 통과한 의사들이다. 30일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이 같은 결과를 공개하면서 그 대책으로 의대 졸업 후 2~3년간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에게만 독립 진료권을 부여하는 ‘개원 면허제’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의 미용 의료 시장 ‘진입 문턱’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전국에 피부를 진료하는 동네 병·의원은 최대 1만5000곳에 달하지만, 이 중 피부과 전문의(2950명)가 운영하는 병원은 작년 4분기 기준 1516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피부 진료를 하는 병·의원 중 90%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라는 것이다. 현재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의원의 간판은 ‘○○○ 피부과 의원’으로, 일반의가 운영하는 병원은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로 표기하고 있다. 피부과의사회는 “피부과를 찾는 상당수 국민은 자신이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받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일반의가 피부 진료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늘면서 피부암을 단순한 점으로 오진하거나, 시술 부작용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피부과의사회는 “우리나라처럼 의대 졸업 후 단독 개원이 가능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최소 2년 정도는 전공의 수련을 받거나, 다른 병·의원에서 경험을 쌓은 뒤 개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개원 면허제’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래픽=이진영

하지만 일각에선 “미용 의료 시장 내 경쟁이 커지면서 기존 피부과 의원들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이를 지키기 위해 ‘개원 면허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미용 의료 시술 자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점 빼기 등 단순한 피부 시술의 경우, 의사가 아니라도 일정 교육을 거쳐 자격을 얻은 피부 관리사나 간호사, 레이저 치료사도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대 졸업생들이 대거 피부 미용 시술로 빠져나가는 ‘의사 부족’ 현상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영국은 간호사가 보톡스나 필러, 레이저 시술을 할 수 있고, 미국도 일부 주에서 간호사·레이저 치료사가 미용 의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