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통합 돌봄 신청 창구는 한산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상담 신청을 하러 오는 이도 없었고, 별도로 전화 문의도 없었다”고 했다. 다른 주민센터 두 군데 역시 일반 민원인이 대다수였다. 반면 금천구 한 주민센터에선 80대 신청자가 나오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날 전국 신청 현황을 집계하진 않았지만, 현장에선 “아직 제도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그런지 전체적으로 한산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통합 돌봄’ 서비스가 27일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됐다. 통합 돌봄 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노년층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주민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가서 통합 돌봄을 신청하면, 담당자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찾아준다. 보건의료, 건강관리, 일상생활 지원, 장기요양에 대한 서비스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여기에 지자체 특화 사업이 추가로 운영된다. 복지부는 ‘통합돌봄 전용 홈페이지(mohw.go.kr/integratedcare)에서 지자체별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메뉴판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본지가 전국 지자체별 서비스 메뉴판을 확인해보니, 서비스 내용이 제각각이었다. 제공되는 서비스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노원구(166개)였다. 노원구는 전문가가 1대1로 운동 지도를 해주는 ‘방문 운동지도’ 서비스 등 지역 특화 사업을 100여 개 운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경북 영천시(14개), 전북 무주군(20개) 등은 서비스 숫자가 적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마다 인구, 서비스 제공 기관 수 등이 워낙 달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뉴판에 서비스를 공개하는 기준도 지역별로 달랐다. 예컨대, 방문 목욕 서비스를 3개 사회복지관이 제공할 때 이를 각각 표시하는 지역도 있고, 한 번만 표시하는 지역도 있다. 겉으로만 보면 3개 사회복지관 서비스를 모두 표시한 지역의 총 서비스 수가 더 많다. 하지만 신청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주민센터에서 여러 기관 가운데 가장 적합한 기관을 골라주기 때문에 기관별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또 실제로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메뉴판에 등록된 서비스가 적은 곳도 있었다. 예컨대, 인천 남동구는 메뉴판에 7개 서비스만 등록했지만, 실제론 40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남동구 관계자는 “서비스를 홈페이지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누락됐다”고 말했다.
통합돌봄의 취지와 큰 관련이 없는 사업을 포함한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전남 화순군은 보훈수당과 참전명예수당, 국가유공자·유족 위문도 서비스에 넣었다. 또 서울 중랑구는 ‘힐링 원예 교실’을 통합돌봄 서비스에 포함했다. 통합돌봄 대상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 일반 성인 대상 프로그램을 끼워넣은 것이다.
서비스 제공 기관을 아직 선정하지 못한 지역도 있었다. 인천 강화군은 27일에 가사 지원과 식사·영양 관리 등 4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 모집 공고를 올렸다. 지자체마다 서비스 기관 선정 기준과 모집 방식도 달라 서비스의 질도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선 “복지부가 서비스 기관 선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내지 않았고, 지자체마다 인력,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시행되면서 지자체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는 지역별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예산 6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령자 비율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차등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예산이 내년에도 계속 지원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통합 돌봄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려면 지역별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자체 시행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