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이 지난 2022년 4월 8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 백신’ 피해 보상 특별법이 시행된 지 약 5개월이 지났지만, 정부가 아직 본격적인 피해 보상 심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후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 보상을 다시 심의해달라’는 재심 신청이 질병청에 1011건(13일 기준) 접수됐다. 특별법에 따라 재심 신청만 따로 다루는 ‘재심 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위원회가 새로 꾸려지고, 위원들이 인과성 기준 등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조만간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코로나 백신 피해 보상 특별법은 백신과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를 예전보다 폭넓게 인정해주자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코로나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접종자가 적지 않았지만, 정부의 인과성 인정은 소수에 그쳤기 때문에 도입됐다. 실제로 앞서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했다”는 피해 보상 신청이 2465건 접수됐지만, 인과성이 인정된 것은 1.1%(27건)에 불과했다. 정부로부터 ‘보상 불가’ 판정을 받았던 사람도 특별법 시행으로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중증 이상 반응의 경우 아나필락시스(생명 위협하는 전신 알레르기 반응), 혈소판 감소 혈전증(피떡으로 혈관이 막히는 질환), 심근염(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긴 것), 심낭염(심장을 감싸는 막에 염증이 생긴 것) 정도만 인과성을 인정해 주고 있다. 최근 1심 법원이 뇌출혈과 급성 심근경색에 대해 ‘인과성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놓았는데도, 질병청은 불복해 항소를 진행 중이다.

이에 코로나 백신 피해 유가족들은 24일 여야 의원들, 질병청·식약처 관계자들과 진행된 국회 간담회에서 “특별법은 인과성을 좀 더 폭넓게 인정하라는 것이 취지인데,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항소 취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임승관 질병청장은 “(급성 심근경색은) 의학적·과학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고, 인정할 경우 다음 팬데믹 때도 인정해줘야 하는 등 파장이 커 항소 취하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유가족은 “특별법이 만들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