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큰 병만 보지 말고 환자의 작고 사소한 고통도 이해해야 합니다.”
‘호르몬 전도사’ 안철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지난 12일 조선일보 본사 1층에서 조선 멤버십 회원들을 상대로 ‘내 몸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호르몬 건강법’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40여 명 초대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는 “호르몬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적은 양으로도 인간의 탄생, 성장, 질병, 노화, 감정에까지 깊이 관여한다”고 강조했다.
내과 전문의인 그는 어머니와 개인적 경험에서 호르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눈 밑에 점을 좀 빼고 싶다.” 고령에 수술까지 받은 어머니가 시술을 받겠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 마시라고 했다. 어머니 반응은 예상 외였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예쁘다, 곱다, 깨끗하다는 말을 듣고 싶단다.”
그때부터 의사로서 방향이 바뀌었다. 논문 실적보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탈모, 소화불량, 불면, 두근거림 같은 일상적 증상을 이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 공감의 끝에서 ‘호르몬’을 발견했다.
안 교수는 우리 몸 수많은 호르몬 중에서도 핵심 네 가지, 즉 멜라토닌(M), 옥시토신(O), 성장호르몬(G), 인슐린(I)을 묶어 이른바 ‘MOGI(모기)’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 삶의 질과 연관된다고 전했다.
“인슐린은 혈당뿐 아니라 식욕과 비만에도 관여하므로 어떤 음식이 혈당을 올리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성장호르몬은 키뿐 아니라 근육, 뼈, 콜라겐, 피부 노화와 관련되니 중장년에게도 의미 있죠. 근력 운동은 성장호르몬과 근육에서 나오는 ‘마이오카인’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게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그는 ‘쉬운 대처법’도 공유했다. “멜라토닌은 단순한 수면 호르몬이 아니라 면역, 항산화, 혈당 조절에도 관여합니다. 일정한 수면 습관과 낮 시간 햇빛 노출이 중요한 거 아시죠? 옥시토신은 공감과 유대의 호르몬인데, 나이가 들수록 줄기 쉽습니다. 사람 만나고, 악수하고, 포옹하고, 관계를 맺는 일이 곧 호르몬 관리, 건강 관리입니다.”
그는 미래 의료 핵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호르몬 측정을 꼽았다. 혈당 패치처럼 앞으로는 호르몬까지 측정해 질병 전조를 미리 포착하고, 아직 병으로 진단되기 전 단계인 ‘미병(未病)’을 관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도 분명했다. “호르몬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과 마음, 노화와 질병, 감정과 관계를 움직이는 핵심 언어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적절히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사람과 따뜻하게 연결될 때 호르몬도 균형을 되찾는다는, 간단하면서도 까먹기 쉬운 처방전도 알려줬다. 이런 게 “병이 오기 전에 막는, 가장 중요한 예방 의학 출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