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합동 분향소’에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 협의회’ 김두경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런 나라에 태어나게 해 아들에게 솔직히 미안하다”고 했다./김지호 기자

16일 서울시청 청사 건너편 ‘코로나 백신 희생자’ 합동 분향소. ‘코로나19 진실규명 시민연대’가 마련한 이곳에는 영정 130여 개와 유골함 2개가 놓여 있었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 협의회’ 분향소에도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숨진 이들의 영정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두 단체의 회원은 약 2만여명.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첫 접종은 2021년 2월 26일 이뤄졌다. 그로부터 1844일이 지났지만, 백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아직도 거리에서 투쟁 중이다.

김두경(57)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 협의회’ 회장은 5년째 천막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외아들 김지용(30)씨가 백신 접종 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첫 중증 부작용 사례였다. 지용씨는 지금도 일주일에 3번씩 재활치료를 받지만 팔과 다리, 손이 떨려 자기 이름도 못 쓴다. 김 회장은 “국가는 5년 동안 길거리에 있는 우리를 악성 민원인 취급했다”고 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관리 부실로 곰팡이·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이 발견된 코로나 백신과 같은 공정에서 만든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만회분이 국민에게 접종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법원도 정부가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지 않던 뇌출혈, 급성 심근경색 사망에 대해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백신 맞은 아들 걷지도 못하는데, 정부선 한명도 사과하러 안 와”

김두경 회장의 아들도 뒤늦게 법원으로부터 인과성을 인정받은 경우다. 그는 2021년 대학 졸업 무렵 경기도의 한 재활 치료 전문 병원에 ‘작업 치료사’로 취업했고, 취업 열흘여 뒤인 3월 4일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접종 당일 발열과 근육통 등 백신 부작용으로 병원에 실려 갔고, 그해 4월 ‘급성 횡단성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두 차례 부정하며 피해 보상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작년 8월 ‘백신 때문이 아니라고 볼 만한 이유가 없다’며 김 회장과 그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아래는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아들이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상황은.

“백신 접종 후 기숙사에서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팔다리가 말을 안 듣는다고 했다. 기숙사에서만 구토를 12번 했다. 룸메이트가 119에 전화했지만 ‘열이 있어 안 된다’며 거절당했고, 택시 타고 인근 병원에 가면서도 중간에 세 번을 내려 토했다. ‘더 자고 싶다’는 아들 등 떠밀어 공부시키고, 겨우 사회로 내보냈는데 응급실에서 전화 왔을 때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무슨 백신을 맞았나.

“아스트라제네카다. 3월 4일에 맞았는데 4월 12일부터 30세 미만은 ‘득보다 실이 크다’며 접종이 중단됐다. 그럼 그때까지 맞은 사람은 뭐냐. 아들은 25세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부작용 논란으로 그해 7월 30~49세도 접종이 중단됐다. 현재는 퇴출된 상태다.)

그래픽=박상훈

-질병청에 보상 신청을 했나.

“‘인과성 인정 안 된다’며 거부했다. 이의 제기를 했지만 또 다시 거부했다. 조사를 나왔던 역학조사관이 ‘백신과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는데 소용없었다.”

-승소했으면 해결된 것 아닌가.

“아니다. 피해 보상 소송 승소는 2023년까지만 해당되고, 그 이후 치료비를 질병청에 다시 신청해야 한다. 만약 질병청이 이전처럼 ‘인과성이 없다’고 하면 행정소송을 다시 또 걸어야 한다.”

김 회장은 인터뷰 중간중간 목이 매여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일주일에 2~3일 천막을 지키고 있다. 김 회장이 없을 때는 다른 피해자 가족이 자리를 지킨다. 그는 다니던 종합건설 회사에 지난달 결국 사직서를 냈다. 8500만원가량의 빚도 생겼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우리 지용이를 위해 그만둘 수 없다. 아들이 평생 치료받아야 할 텐데 어떻게 이렇게 매번 신청을 하나. 아들이 나중에 치료비를 신청할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겠나. 백신 부작용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도 날 ‘큰아빠’라고 부른다.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나.”

-억울한 일도 많았을 텐데.

“국가는 5년 동안 길거리에 있는 우리를 악성 민원인 취급했다. 이 천막도 원래는 청계천 앞에 있다가 구청이 나가라고 해서 2024년 10월 국회 앞으로 옮겨왔다.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집회하러 갔더니 한 지상파 방송사는 우리를 보수 단체로 몰아갔다. 생명 문제에 여야가 어디 있나.”

-감사원 감사에서 ‘이물질 백신’ 문제도 나왔다.

“몇 년 전에도 분향소를 찾아와 ‘백신을 현미경으로 보니 이물질이 있더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 얘기까지 하면 음모론자가 될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물질이 나오지 않았나. 정부에선 ‘이물질 백신은 실제 접종이 안 됐다’라지만, 어떻게 장담하나. 책임을 밝혀야 한다.”

-바라는 게 있다면.

“아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거다. 증상이 없어질 것 같지 않고, 솔직히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피해자들은 사회 안전을 위해, 국가를 믿고 백신을 맞았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음압 병실에서 수천만 원을 들여 치료해 줬으면서, 피해자 분향소에는 그동안 질병청에서 누구 하나 찾아와 사과한 적이 없다. 정부가 우리를 그렇게 대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작년까지 접수된 전체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 보상 신청(10만433건) 가운데 ‘인과성’이 인정된 건 24.8%(2만4897건)다. 사망한 경우, 관련 피해 보상 신청 건수(2465건)의 약 1.1%(27건)만 인정됐다. 중증 증상은 관련 신청 건수(1619건)의 6.5%(106건)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