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54)씨는 5년째 어머니 침대 옆 의자에서 잠을 자고 있다. 중증 치매, 뇌경색, 뇌전증 환자인 노모(84)는 2022년부터 경련을 자주 일으켰다.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수 있어 아들인 김씨는 누워 자지 않고 침대 바로 옆 의자에서 하루 3~4시간 쪼그려 잔다. 김씨는 “아침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2~4시까지 식사, 빨래, 청소가 이어지고, 기저귀는 매일 20번 정도 갈아야 한다”고 했다. 밥은 물에 말아 쌈장과 함께 1~2분 만에 먹을 때가 많다.
김씨는 서울에서 대기업 건설사를 10년 넘게 다녔다. 하지만 모친이 2016년 치매에 걸리자, 미혼인 그는 퇴사하고 경남 의령의 어머니 집으로 들어왔다. 다른 형제들은 큰 병을 앓고 있어 노모를 돌볼 처지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2020년 뇌경색까지 걸려 사지가 마비되고 경련이 오자, 국가 지원을 받아 하루 4시간 집으로 오던 요양 보호사마저 힘들다며 떠났다. 돈 벌 길이 없어졌다. 김씨는 “논, 밭을 팔았지만 간병 빚이 3억원”이라며 “섬망(의식 혼란) 증세로 어머니는 밤에 거의 주무시지 못한다. 저는 피로 때문인지 왼쪽 눈썹과 수염이 다 빠졌고, 온 몸에 발진도 왔다”고 했다.
김씨처럼 다른 가족 도움 없이 집에서 혼자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을 ‘독박 간병’이라고 부른다. ‘간병 위의 간병’ ‘지옥의 간병’이라고도 한다. 극한의 여러 간병 고통이 한꺼번에 한 사람을 타격하기 때문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독박 간병은 정신적·신체적 쇠약, 사회적 고립, 경제적 고통이란 4중고를 유발해 간병인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고 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66세 이상 부부 800쌍을 조사한 결과, 남편·아내를 간병하면서 큰 스트레스에 시달린 노인은 간병을 하지 않는 노인에 비해 4년 내 건강 악화로 사망할 확률이 63%나 높았다. 또 지난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 결과, ‘간병 살인’ 가해자의 75.8%가 독박 간병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위기의 독박 간병인을 빨리 찾아내 실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박 간병인 규모에 관한 공식 통계가 없다. 취재 중 만난 독박 간병인들은 “집에서 이뤄지는 간병 대부분이 독박 간병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녀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은 미혼이거나, 부모님과 가까이 사는 자녀 등 한 명이 부모를 간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독박 간병인 수가 ‘재택 방문 요양 서비스’ 이용자(84만명)의 80% 수준인 60여만 명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부의 재택 요양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1.5%가 ‘가까이에서 수발을 해주는 주돌봄 제공자가 있다’고 답했다. 하루 2~3시간 집으로 오는 요양 보호사가 돌아가고 난 뒤 나머지 시간을 책임지는 ‘주돌봄 제공자’가 독박 간병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독박 간병인은 깊은 절망감 속에서 간병에 몰입한 만큼, 간병이 끝난 뒤에도 허탈함과 트라우마(정신적 상처)로 일상 복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윤정암(65)씨가 이런 경우다. 서울대 출신의 윤씨는 2016년 학원 강사 일을 그만두고 경기 용인의 부모님 집에 들어가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를 혼자 간병하기 시작했다. 형제 중 그가 부모와 가장 가까이 살았다. 그는 “새벽 5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세 끼 먹여 드리고 2시간마다 체위 변경하고, 몸을 닦아 드렸다”고 했다. 그 역시 ‘독박 간병 4중고’를 고스란히 겪었다. 10년 간병에 2억원의 빚이 쌓였고, 지인들과의 연락은 모두 끊겼다. 걷다가 갑자기 실신하는 증세가 심해졌고, 몸무게는 75㎏에서 57㎏까지 빠졌다. 중증 우울증 판정을 받았다.
그의 부친은 작년, 모친은 올 1월 별세했다. 그는 “너무 (간병에) 몰입해 있다가 풀려나니, 세상 모든 것이 헛것 같다는 허탈감에 사로잡히더라”며 “아직도 변 묻은 부모님의 빨래 더미로 가득 찬 욕실에서 혼자 울던 때가 자주 떠오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