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부양의 책임이 자녀에게 있다는 인식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를 모실 책임이 전적으로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 비율은 20.6%에 그쳤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47.6%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2~6월 총 7300가구의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해당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7년 조사에선 자식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의견이 52.6%였다. 반대 의견은 24.3%에 그쳤다. 20년 사이 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책임 인식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자녀 양육 책임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자녀를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34.1%를 기록하며 찬성 응답인 33.8%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는 전통적 가족 가치관과 남녀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효’를 강조하던 유교 사상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도 점점 줄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나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자녀 양육이 꼭 여성 책임이라는 인식도 많이 줄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도시화되면서 부모 세대와 따로 사는 자녀 세대가 크게 늘었고, 고령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복지 정책 확대로 국가가 부모 부양 의무를 대신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복지 인식 조사에서도 국가 역할 확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는 보편 복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39.8%로, 선별 복지에 대한 찬성(33.4%)보다 높았다.

국가 건강보험을 축소하고 민간 의료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국민 10명 중 7명(70.5%)이 반대했다. 찬성은 9.4%에 그쳤다. 유치원이나 보육 시설의 무상 제공에는 72.7%가 찬성한 반면, 대학 교육의 무상 제공에는 반대가 42.1%로 찬성(30.3%)보다 높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빈곤층은 대부분 게으르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6%로 동의(25.2%)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