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 병원들이 ‘허리’ 역할을 하는 전임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에도, 대학 병원에 계속 남아 1~3년간 세부 전공을 공부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다. 전공의를 지도하는 중간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수술 보조와 입원 환자 관리, 외래 진료 등도 맡아서 한다. 의료계에선 “허리 역할을 해주는 전임의가 없으면 고난도 수술의 속도와 양이 크게 줄어드는 등 병원 전체의 진료 기능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6일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립대 병원 8곳(서울대·분당서울대·강원대·경북대·경상대·전남대·충북대·충남대)의 전임의 수는 256명으로, 전체 정원(892명) 대비 28.7%에 불과했다. 의정 갈등 여파로 전체 전문의 배출이 이전의 20~60% 수준에 그친 영향 때문이다.
전임의 정원 321명인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40명(43.6%)이 근무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원 177명 중 80명(45.1%)을 채웠다. 그나마 두 병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 국립대 병원 6곳은 정원 대비 근무 중인 전임의 비율이 9.1%에 불과하다. 강원대병원은 전임의 정원이 7명이라고 공시했는데 근무 중인 이는 한 명도 없다. 충북대병원도 정원 15명 중 2명만 근무 중이다. 경북대병원은 125명 중 11명, 전남대병원은 98명 중 9명뿐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한 교수는 “서울대병원은 ‘이름값’ 때문에 다른 대학 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지원하기도 한다”며 “비수도권 대학 병원은 전임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지방의 한 국립대병원은 지난해 말과 올 초 두 차례에 걸쳐 전임의 채용 공고를 냈는데, 채용 정원 41명 중 18명만 선발하는 데 그쳤다. 다른 지방 국립대 병원도 지난달 채용에 나섰으나 충원율은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의가 줄어든 것은 의정갈등 사태로 전문의 배출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2025년도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는 509명으로 평년 대비 20% 수준이었다.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는 2040명으로 늘었지만, 의정갈등 이전(3000여명)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전에는 정원 대비 70~80%의 전임의가 근무하던 주요 대형병원들도 현재는 충원율이 50~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