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박길원씨가 환자를 들어 투석실 병상에 눕히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이날 박씨가 간이침대에 앉아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장련성 기자

지난달 21일 새벽 5시 30분 서울의 한 요양 병원 내 6인실. 한쪽 구석 간이침대에서 간병인 박길원(69)씨가 몸을 일으켰다. 허리에 복대를 차고 화장실로 갔다. 주름진 얼굴을 간단히 씻고 양치를 하고 나왔다. 곧장 환자들 머리맡에 있던 물병들을 모아 세척하고, 물을 채워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이 병실 환자 6명 중 4명은 걷지 못해 기저귀를 차고 생활한다. 이를 일일이 갈아주는 게 박씨의 주요 아침 일과 중 하나다. “허, 어.” 한 손으로 환자 허리를 든 채 기저귀를 벗기고 대·소변을 닦을 때, 힘이 잔뜩 들어간 그의 입에선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후 환자 6명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아침 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환자 목에 냅킨을 걸고, 병상을 비스듬히 세웠다. 병상 중앙에 흰색 간이 식탁을 올렸다. 아침 6시 50분, 병실이 있는 10층 엘리베이터 문 앞에 음식 카트가 도착했다. 박씨는 양손에 식판을 들어 날랐다. 환자 6명 중 5명은 느리지만 혼자 식사가 가능했다. 병세에 따라 음식이 달랐다. 한 환자의 생선 반찬을 잘게 쪼개주던 박씨는 다른 환자가 죽을 먹다 기침을 하자 “천천히 잡숴”라며 등을 두드렸다. “고추장!” “리모컨!” 이 와중에 다른 노인 환자들은 가족이 갖다 준 고추장을 냉장고에서 내달라거나, TV 리모컨을 달라고 소리쳤다. 박씨는 마지막으로 식사를 끝낸 환자의 틀니 세척 작업까지 모두 하고서야, 혼자 간이 침대에 앉아 식판의 식은 밥을 먹었다.

그래픽=김성규

박씨는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의 동포다. 12년 전 한국에 아내(69)와 함께 돈 벌러 왔다가 9년 전부터 간병인 일을 하게 됐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박씨는 환자들을 투석실이나 물리 치료실로 데려갔다. 이 병실 환자 6명 중 3명이 투석 환자인데, 이날은 2명만 투석 일정이 잡혀 있었다. 박씨는 누운 환자를 안아 휠체어에 앉힌 뒤 이 병원 6층 투석실로 이동했다. 투석 치료가 시작되자, 박씨가 먼저 병실로 돌아왔다. 병실 내 환자들에게 그 가족들로부터 받은 두유·빵·귤 등을 간식으로 내준 뒤, 박씨는 병실 바닥을 청소했다. 병실 안에 있던 내선 전화 벨이 울렸다. 투석실로 와서 환자를 다시 데려가라는 전화였다.

오전 11시 50분 점심 배식을 했다. 환자들의 식사가 끝난 뒤 한 명을 휠체어에 태워 2층 엑스레이 촬영실로 데려다 줬다. 돌아와선 곧바로 70대 환자를 싣고 6층 투석실로 향했다. 그가 늦은 점심을 들려고 할 때 병원 전화 벨이 울렸다. “혈관이 좁아져서 투석을 못 한다고요?” 굳은 표정의 박씨는 식판을 내려놓고 다시 투석실로 달려가 환자를 데려왔다. 노인의 몸을 수십 번 들고, 돌리고, 일으키면서 사복으로 갈아입혔다. 박씨 이마와 코에 땀이 맺혔다. 환자는 응급 구조사들에 의해 앰뷸런스로 옮겨져 인근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갔다.

잠시 허리를 편 그는 병실 내 다른 환자를 살펴봤다. “젖었네.” 거동 못 하는 한 환자의 소변이 기저귀 사이로 샜다. 환자 기저귀와 병상 시트를 모두 새로 가는 데 13분이 걸렸다. 이후 박씨는 환자들의 변비약 등을 챙겨줬다.

오후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2명씩 목욕을 시킨다. 환자들은 저녁 식사 뒤인 오후 8시쯤부터 취침한다. 박씨도 간이 침대에서 잠을 청한다. 그는 “밤마다 소리를 지르거나 밖으로 나가려는 환자가 있으면 한숨도 못 잘 때도 있다”고 했다.

환자 1명만 전담하는 개인 간병인은 월 보수가 440만원 안팎이지만, 박씨처럼 환자 4~6명을 24시간 돌보는 공동 간병인이 받는 돈은 하루 9만~10만원으로 한 달 270만~300만원이다. 매달 중개 업체에 내는 수수료(8만원)를 제하면 손에 쥐는 건 262만~292만원 정도. 박씨는 중개 업체를 통해 환자들과 직접 계약을 맺기 때문에 최저 임금을 보장해주는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박씨의 시급을 따져보면 최저 임금(1만320원)의 약 35%(3630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동 간병인은 환자 퇴원 시 다른 환자를 맡을 때까지 업무 공백이 생기는 개인 간병인과 달리, 중단 없이 계속 일하는 게 가능하고 숙식도 병실에서 해결할 수 있어 낮은 보수를 감수해야 한다. 박씨는 “간병비가 비싸다고 하는데, 우리가 정작 받는 돈은 많지 않다”며 “현재 아내도 간병인으로 계속 병원에 붙어 있기 때문에 서로 1년에 얼굴 한 번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박씨는 2년 뒤 아내와 함께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우리 부부도 노인이다. 저는 허리 통증이 심해졌고 아내도 무릎 관절 수술을 받았다”며 “우리처럼 나이 든 중국 동포를 빼고는 젊은 간병인이 없다. 우리 같은 사람이 떠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씨의 우려대로 나이 든 간병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면 간병비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국내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병인 중 ‘60대 이상’ 비율은 2010년 28.3%에서 2022년 78.9%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0년 104개 대형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을 조사한 결과, 연령대 1위는 50대(59.1%)였다. 그다음으로 60대(27.4%), 40대(11.5%) 순이었다. 70대 이상은 0.9%였다. 하지만 2022년 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전국 1200여 요양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중 연령대 1위는 60대(53.5%)로 나타났다. 2위가 70대 이상(25.4%), 3위가 50대(17.6%)였다. 60대 이상 간병인이 무려 78.9%에 달하는 것이다.

중국 동포 간병인이 전체 간병인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운용 제일효요양병원장은 “한국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국 동포들도 힘든 간병 일을 점점 기피한다”고 했다. 신규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간병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老老) 간병’이 보편화됐다는 뜻이다.

노노 간병은 간병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노인 간병인이 거동을 못 하는 환자를 간병할 경우 환자 낙상 우려 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취재 중 만난 간병인 중엔 “허리, 무릎이 아파 환자를 들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 국내 간병 인력의 주축인 60대 이상은 앞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고,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한꺼번에 간병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이 경우 간병 인력이 갑자기 줄어드는 ‘간병 절벽’ 상황이 벌어지면서 간병비가 대폭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