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높은 간병 부담은 노인 빈곤율을 더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노인 빈곤 1위’ 국가다. OECD의 작년 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의 39.7%가 빈곤 상태다. OECD 회원국 평균(14.8%)의 2.7배에 달한다. 한국은 2009년 이후 17년째 줄곧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노인 빈곤의 원인으로는 우리나라의 공적 연금이 노년의 소득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과 함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도 자주 거론된다. 우리나라 40·50대가 자녀 사교육에 많은 돈을 써서 정작 본인의 노후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대구의 한 요양병원장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노인 간병비 규모는 사교육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등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우리나라의 간병비 총 지출액은 10조원 정도다. 같은 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26조원)의 40% 정도지만, 문제는 불어나는 속도다. 간병비 지출액은 2018년 8조원 규모로 추정됐는데, 4년 만에 25% 급증한 것이다.
또 사교육비와 달리 간병비는 국가 통계에서 단일 항목으로 분리해 그 추이를 분석한 자료가 거의 없다. 현재 간병비는 자녀 가구의 ‘의료비 지출’ 등으로 분산돼 있어 간병비가 40·50대 자녀들에게 주는 충격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허리로 통하는 40·50대가 비싼 자녀 사교육비와 부모 간병비 사이에 끼어 빈곤 노인이 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간병은 국내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4년 3월 이슈 노트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 등의 간병을 하느라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이미 2022년 기준 11조~19조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5~0.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