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인 제이홉이 자신의 생일이던 지난 18일 서울아산병원에 “어린이들이 아픔을 딛고 밝은 꿈을 꿀 수 있길 바란다. ‘어린이 병원’ 발전에 써 달라”며 2억원을 기부했다. 4년 전 생일 때 1억원을 시작으로 제이홉이 현재까지 이 병원에 기부한 금액만 5억원이다. 이달 들어 그룹 NCT의 멤버인 지성은 삼성서울병원에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함께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2억5000만원을, 걸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은 세브란스병원에 “또래 아이들이 치료 과정을 견디고 건강을 되찾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2억원을 각각 전달했다. 지성의 기부금은 췌장암 연구 지원, 장원영의 기부금은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에 쓰일 예정이다.
아이돌 스타뿐만이 아니다. 뮤지컬 배우인 김소현·손준호 부부는 최근 ‘우리말 겨루기’ 설 특집 TV 프로그램 우승으로 받은 상금 1000만원 전액을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에, 배우 변우석은 지난달 “소아청소년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써달라”며 세브란스병원에 1억원을 각각 기부하기도 했다.
23일 본지가 국내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을 확인한 결과, 최근 2년 사이 이른바 유명 연예인들의 기부금이 약 150억원에 달했다. 2024년 57억6400만원에서 지난해 87억7800만원으로 50% 넘게 증가했다. 올해는 아직 2개월도 채 안 된 기간에 약 10억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연예인 중에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부액이 더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주변의 아픈 친구나 가족이 기부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에 50억원을 기부한 BTS 슈가가 대표적이다. 이 기부금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청소년을 위한 ‘민윤기(슈가의 본명) 치료센터’가 만들어졌다. 병원 측은 “슈가가 자폐를 앓는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병원 기부로 이어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1억원을 기부한 배우 이미연도 마찬가지. 그의 아버지가 이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 고마움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올 초 개그우먼이자 방송인인 이수지는 자신을 좋아해 준 어린 팬과의 인연으로 세브란스병원에 “중증 희소 난치 소아 환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3000만원을 기부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어린 환자가 자신의 개그를 따라 하는 동영상을 접한 걸 계기로, 이수지는 2024년 크리스마스부터 이 병원 소아암 병동을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연예인들이 병원을 기부 대상으로 삼는 또 다른 이유로는 기부금의 쓰임새를 정할 수 있는 ‘지정 기부’가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소아 의료’ ‘암 연구’ 등처럼 용도를 정해주면 병원 측은 다른 목적으로 기부금을 쓸 수 없다. 다른 곳보다 병원 기부가 일반 대중의 호감이나 공감을 더 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대중 인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