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중국 여행을 가는 김지민(38)씨는 비만 치료제 가격을 찾아보다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한 달 치 위고비(저용량 기준)를 사려면 약 25만원을 내야 하는데, 중국은 10만원도 안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렇게 차이 날 줄은 몰랐다”며 “중국 현지에서 처방받아 맞아볼까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 국내 가격이 다른 주변 나라들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 닥터’ 등에 따르면, 국내 위고비 평균 판매가는 저용량(0.5㎎ 1펜 기준) 28만9170원, 고용량(2.4㎎ 1펜 기준) 42만6410원이다. 마운자로 평균 판매가는 저용량(5㎎ 1팩 기준) 43만원, 고용량(10㎎ 1팩) 55만원에 달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 만큼 병·의원과 약국마다 판매가도 제각각이다. 저용량을 최대 30만~35만원, 고용량을 최대 60만원에 파는 곳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고용량 위고비가 988위안(약 20만원)이다. 저용량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할인받아 230위안(약 4만9000원)에 살 수도 있다. 마운자로 역시 저용량이 550위안(약 11만5000원) 안팎, 고용량은 1599위안(약 33만6000원) 정도다. 이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위고비 제조사)와 미국 일라이릴리(마운자로 제조사)가 작년 말 중국 시장 가격을 기존 대비 적게는 48%, 많게는 80%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위고비의 주성분(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다음 달 20일 중국에서 만료되는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제약사들이 이 시점에 맞춰 여러 개의 복제약(제네릭) 출시를 준비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사전 대응 차원에서 두 제약제가 가격을 선제적으로 내렸다는 것이다. 보통 특허는 제약사들이 판매 국가마다 따로 신청하는데, 국가별로 관련 법 규정이 달라 특허 유효 기간도 서로 다르다고 한다. 위고비의 경우, 한국은 2028년에 만료된다. 이처럼 한국에선 특허 기간이 2년가량 남은 데다, 가격이 비싼데도 품귀 현상을 빚는 등 수요가 많아 제약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출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선 비만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돼 한국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비만 환자가 보험 적용으로 약값의 30%만 내면 되는 만큼, 위고비·마운자로 모두 고용량을 10만원 초반대에 살 수 있다. 저용량은 1만7000~3만5000원에 불과하다. 다만 일본도 비만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구매할 때는 보험을 적용해주지 않는다.
미국에선 위고비 주성분의 특허가 2031년에 만료되지만, 최근 큰 폭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약가 인하 요소로 작용한 영향이다. 노보노디스크는 3년간 관세 면제 조건으로 기존 1350달러(저용량 기준·약 195만원)였던 위고비 가격을 작년 말 250달러(약 36만원)로 내렸다. 이뿐 아니라 미 정부가 최근 선보인 의약품 판매 웹사이트 ‘트럼프RX’에선 저용량 위고비가 199달러(약 29만원)에도 팔리고 있다. 또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의료 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대상자는 본인 부담금이 50달러(약 7만원)까지 내려간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위고비·마운자로를 ‘비급여 보고 대상’으로 포함시켜 국내 의료기관들에게 처방량과 판매 금액 등을 정부에 보고토록 했다. 처방전 남발과 제각각인 판매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를 통해 당장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를 방문한 한국인이 현지 의료진의 처방전을 받으면 해당 국가에서 비만치료제를 사는 건 가능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해 우려 품목’으로 지정한 만큼 이를 국내로 반입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