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을 하는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언제까지 간병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간병 기간은 환자와 질병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국내에선 질환별 간병 기간에 대한 정부 통계가 발표된 적이 없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조사에 따르면, 간병 수요가 특히 높은 치매의 경우 평균 간병 기간이 약 4년이었다. 전체 환자의 15%는 간병 기간이 10년 이상이었다. 이 기간 동안 가족은 온종일 환자 곁을 지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주당 간병 시간은 18시간으로, 하루 2~3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조사는 환자와 같이 살지 않는 가족의 간병 시간이기 때문에 함께 사는 가족의 실제 간병 시간은 더 길 가능성이 높다. 영국 대학과 연구기관이 2024년 치매 환자의 간병 가족 977명을 조사한 결과, 약 40%는 하루 10시간 이상 간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간병 노인이 많은 뇌졸중도 2021년 국내 한 연구 결과에서 평균 간병 기간이 5.9년으로 조사됐다. 뇌졸중 역시 섬망(의식 혼란) 등 증세가 나타날 수 있어 전담 간병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가족이 간병에 매달리는 기간이 길수록 여러 문제가 생긴다. 불어난 간병비 부담을 놓고 가족 간 갈등이 생기고, 간병을 하느라 직장을 그만두거나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보건의료노조가 2023년 전국 성인 간병 가족 1000명을 대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조사했는데 가장 많은 61.2%가 ‘간병 스트레스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간병을 하는 가족의 우울감 경험률이 40~50%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의 우울감 경험률(11.3%)의 4배 이상이다.
그다음으로는 ‘가족 내 갈등을 겪었다’(16.5%), ‘퇴사했다’(13.1%), ‘학업을 포기했다’(5.2%)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다섯 중 한 명은 간병 때문에 직장이나 학업을 포기했다는 얘기다. 경북 구미에 사는 박모(47)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작년 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어머니 곁을 항상 지켜야 한다”며 “어머니가 밤에 헛것이 보인다고 잠을 잘 못 주무시는 날이 많은데 그런 날엔 저도 같이 밤을 새운다”고 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2019년 치매 노인 부양자 44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도 25%(111명)가 ‘간병으로 인해 실직했다’고 응답했다.
간병비 분담을 놓고 가족 내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8일 간병 가족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간병비를 형제들에게 법적으로 분담시킬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치매 아버지를 1년째 혼자 간병하고 있는 막내 아들이 올린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 기초연금과 제 월급을 털어서 겨우 버티고 있는데, 다른 형제들은 ‘나도 살기 힘들다’며 발을 뺐다”며 “간병비 소송을 하면 형제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겠지만, 안 하면 제가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도 가정이 있는데 간병비로 저축은커녕 빚만 늘어나니 너무 억울하고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