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폐암 2기 진단을 받은 김호실(78)씨는 5년이 지난 작년 11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의사가 완치 소식을 전하며 뜻밖의 선물을 건넸다. 반짝거리는 황금 메달이었다. 메달엔 ‘암 치료 종료 기념-지나간 날에 박수를, 다가올 날에 행복을’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는 “암을 치료해 준 것도 고마운데, 기념 메달까지 줄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졸업장을 받은 것 같아 정말 기뻤다”고 했다.
병원들이 병마(病魔)와 싸우는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다독이려고 갖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환자를 지켜보던 의료진이 안타까운 마음에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거나, 환자 만족도를 높이려 병원 차원에서 전략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술실로 들어가는 환자에게 간호사가 직접 쓴 응원 카드를 준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했던 아이들이 퇴원하는 날에는 아이들 모습이 담긴 사진첩도 만들어 준다. 병원 관계자는 “건강한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가 성장 앨범(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사진첩)도 만들어 주는데, 중환자실 아이들은 그러지 못하는 것을 의료진이 안쓰러워했다”며 “비록 병원에서의 시간이지만 추억으로 간직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도 2주 이상 장기 입원하는 환자에게 ‘희망 카드’를 준다. 의료진의 격려와 희망 메시지를 담는다고 한다.
대구의 계명대동산병원은 환자가 입원하면 호텔처럼 침상 베개에 ‘웰컴 카드’를 놓는다. ‘환자의 건강 회복을 위해 정성을 다하겠다. 빠른 쾌유와 평안을 기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부 환자는 퇴원하며 “병캉스(병원과 호텔에서 쉬는 ‘호캉스’를 합친 말) 같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은 지난해 입원 환자들에게 ‘병동 케어백’을 1만8000개 나눠줬다. 입원 생활을 하면서 쓸 수 있는 텀블러(뚜껑 있는 컵)와 다회용 빨대, 소음 방지 귀마개 등이 들어 있는 꾸러미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도 2021년부터 수면 안대와 귀마개를 입원 환자들에게 주고 있다. 병동에서 숙면을 돕는다는 취지다.
주치의가 회진을 돌 때 환자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를 주는 병원도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의료진 회진 시간이 언제인지 알기 어려워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는데, 이런 불편을 없애주자는 취지”라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호스피스 완화 병동에서 가족들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에게 환자 사망 3개월쯤 뒤 손글씨로 안부 편지를 보낸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마음까지 다독이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