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정부의 의대 증원을 비판하며 증원 유예를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증원으로 이미 2025학년도에만 입학생이 1509명 늘어난 상황에서 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의대교수협회는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CJ법학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25학번이 함께 수업을 듣는 이른바 ‘더블링’이 있는 상황에서 복학생과 유급까지 고려하면 추가 증원에 대한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번에 증원이 결정된 비(非)서울 의대 32곳에선 24·25학번 749명이 복학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32개 대학의 모집인원은 2024학년도 기준 2232명인데, 증원을 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수업을 듣는 인원은 애초 인원(2232명)보다 3분의 1이나 더 많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는 유급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이를 고려하면 실제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 수는 더 늘어난다”며 “정부는 의학 교육의 질 확보를 원칙으로 증원을 결정했다는데, 실제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 수가 이미 정부가 정한 증원 규모보다 더 많다”고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2027학년도에는 의대 모집 정원을 현재 모집 인원(3058명)보다 490명, 2028~2029학년도는 613명, 2030~2031학년도는 813명 늘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조윤정 의대교수협의회 회장(고대 의대 교수)은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조 회장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데, 사공이 너무 많아서 배가 히말라야 산꼭대기로 갔다”며 “(증원) 정책 설계하는 정부 관계자가 정말 용감하다”고 했다. 그는 “정원 100명인 배에 400명을 태운 꼴”이라며 “(증원 이후) 10년 뒤 나오는 전문의에게 내 몸을 맡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조 회장은 이전 윤석열 정부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 뒤 실제 1509명을 더 뽑은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의대 교수들 입장에선 이미 1509명의 학생이 더 들어온 상황도 감당이 안 되는데, 추가 증원으로 학생이 더 늘어나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는 “2024학년도 대비 2025학년도에 늘어난 인원을 복지부 담당자들에게 보여줬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이 숫자가 지닌 파괴적 의미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은 “24·25학번 학생들은 예과인 지금도 강의실이 모자라 다른 단과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며 “강의 위주인 예과에서도 이런 상황인데, 이들이 본과에 올라가 실습까지 하면 전혀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협회는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 붕괴의 원인이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닌데, 정부가 증원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협회 고문을 맡고 있는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지역·필수 의료 붕괴라는) 흙탕물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10년만 살아 있으면 지금 의대 간 학생들이 고쳐준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교육 여건이 좋은 서울권 의대는 증원 대상에서 빼놓고, 교육 시설이나 인력이 열악한 지방 의대에 (증원이라는) 폭탄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2031년 당장 의대 졸업생 6000명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들을 수련 병원 211곳에서 수용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추가 증원이 이뤄지면 늘어난 의사들이 수련받을 상급 종합병원을 서울대병원 규모로 6개나 더 지어야 하는데, 병원 하나당 보통 7000억원이 드는데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협회는 교육의 질 확보가 심의 원칙이었따면 그 원칙이 무엇이었는지 검증이 필요하므로, 정부에 공개를 요구했다. 또 이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감사원에 증원의 절차와 근거 적정성 검증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협회 측은 ”(공개 요청 등이) 되지 않는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협회가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을 심도 있게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