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입에서 국내 의대 정원을 현재 모집 인원(3058명)보다 490명 늘어난 총 3548명으로 결정했다. 서울 소재 의대 8곳을 제외한 나머지 전국 의대 32곳이 대상이다. 이와 함께 2028~2031학년도는 의대 정원을 2년 단위로 각각 3671명(현재보다 613명 증원)과 3871명(813명 증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열린 제7차 보건의료 정책 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7~2031년 의사 인력 양성 규모’를 확정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증원 규모는 2027~2031년 5년간 총 3342명으로, 연평균 668명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증원 규모(2000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기존 의대에서 늘어나는 인원(증원분)은 대입에서 모두 ‘지역의사제 전형’ 몫으로 배정된다. 지역의사제란 ‘비(非)서울’ 의대들이 해당 지역(권역)에서 10년간 의무 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지역 학생들을 별도로 선발하는 제도다. 정부는 “급속도로 무너져가는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반발했다. 의협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합리적 이성이 결여된 채, 숫자에만 매몰된 결정”이라며 “앞으로 배출될 의사들의 자질 논란과 의학 교육 붕괴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했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교육 부담을 이유로 정부가 증원 규모를 축소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원 50명 미만’ 지방국립의대, 신입생 최대 100% 늘린다

2년 전, 윤석열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어난 5058명으로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등 극심한 의정(醫政) 갈등 상황이 발생하자, 실제 의대 모집 인원은 이보다 적은 4567명(2025학년도)과 3058명(2026학년도)으로 대입을 진행했다.

그래픽=이진영

이날 이재명 정부는 기존 의대 모집 인원(3058명)에서 613명을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2027학년도만 의정 갈등 여파로 24·25학번 의대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80% 수준인 490명으로 조정했다. 2030~2031학년도는 기존 의대 증원분 613명에다, 추가로 신설되는 지방의대(100명)와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100명)을 합쳐 813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추계위(의사 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보정심을 잇따라 열고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을 논의해 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하는 의사는 11만5748명으로, 인구 1000명당 2.2명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인구 1000명당 3.8명보다 크게 낮다. 지역 격차도 심하다. 서울은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3.7명인 반면, 충남은 1.5명, 경북은 1.4명 등에 그친다.

정부는 이번에 기존 의대 모집 인원에서 늘어나는 증원분을 국내 의대 40곳 중 모두 비(非)서울 소재 의대 32곳으로만 배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증원 규모를 심의할 때 미래 의료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지역·필수·공공 의료의 인력 부족 해소를 목표로 했다”고 했다. 증원 규모는 학교별로 다르다. 정원 50인 이상 지방 국립의대는 현재보다 최대 30%, 정원이 50명 미만인 이른바 ‘미니 국립의대’는 최대 100%까지 증원하기로 했다. 지방 사립의대는 정원 50명 이상은 20%, 50명 미만은 30%라는 상한선을 뒀다. 사립대보다는 국립대에, 일반 의대보다는 미니 의대에 증원분을 더 몰아준 것이다. 당초 정부는 미니 국립의대의 증원 상한을 50%로 제안했지만, 이날 보정심에서 이 비율을 100%로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보정심 관계자는 “지역 필수의료 인력 양성에서 국립대 역할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입 때 의대 증원분을 계산하면 대구·경북이 97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부산·울산·경남(72명), 대전·세종·충남(72명), 강원(63명) 등의 순이었다. 수도권인 경기·인천의 경우, 24명으로 증원분이 가장 적게 배분됐다. 구체적인 개별 의대의 정원은 앞으로 교육부가 배정심의위원회를 꾸려 대학별로 제출한 증원 및 교육 계획을 평가한 뒤 3월에 배정안을 발표한다. 이후 대학의 이의 신청 절차 등을 거쳐 4월에 최종 결과를 확정한다. 2032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은 5년 뒤 다시 정하기로 했다.

교육계에선 올해 대입에서 의대 지원자가 적지 않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모집 인원이 크게 늘었던 2025학년도 대입 당시 의대 지원자는 1년 전보다 약 27%(1만7510명) 늘어난 바 있다.

이날 의협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의대의 교육 환경은 이미 붕괴 직전이며, 정부의 강행 처리는 교육 부실을 자초하는 길”이라며 반발했다. 다만 이전 정부 때와 달리, 별다른 단체 행동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이 정도 증원 규모로는 집단행동에 나서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반면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들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타협을 위해 환자의 생명권을 담보로 증원 숫자를 양보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