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027~2031학년도 의대 정원을 평균 668명 늘리기로 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합리적 이성이 결여된 채 ‘숫자’에만 매몰된 정부의 결정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의협이 의대 증원을 놓고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향후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혼란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의대) 교육 환경은 이미 붕괴 직전이며, 정부의 (증원) 강행 처리는 교육 부실을 자초하는 길”이라며 “향후 열악한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양산될 질 낮은 교육 환경, 그로 인해 배출될 의사들의 자질 논란과 의학교육 붕괴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이번 증원의 명분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했다”며 “정부가 약속했던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을 즉시 실행하는 것으로 이를 증명하라”고 했다.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유인책,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 의료와 무관한 사유로 면허를 박탈하는 악법 개정, 해외 의대 졸업생에 대한 인증 기준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 회장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현재는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기형적인 구도”라고 했다. AI 기술 발전과 인구 감소 속도를 반영해 추계 주기를 현재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교육부는 지금 즉시 각 의과대학 전수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실제 교육이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야 하고, 2027년에는 대규모 복귀 학생 발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닥친다”고 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모집 정원보다 훨씬 적은 수만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필수적인 제도 개선 없이 숫자만 늘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일방적 강행에 따른 의료 붕괴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했다.

다만 의협은 당장의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의료계의) 행동 방향에 대해 제한을 두진 않겠다”면서도 “집단행동 등에 관심이 있으실 것 같은데, 당장은 (의료계 내부의) 기본적 의견을 모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