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0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어르신들이 일자리 신청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부산 동래구에서 아내와 함께 사는 김모(71)씨는 중소기업 퇴직 후 주차 관리원, 택배 기사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했다. 최근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런 일자리마저 얻지 못했다. 김씨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월 94만원을 받지만, 빚을 갚는 데 70만원을 쓰고 나면 생활비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그는 할 수 없이 작년 12월 처음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모집’에 원서를 넣었다. 하루 3시간씩 장애 아동들을 돌보고 월 70만원을 받는 일자리였다. 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김씨는 “형편이 좋지 않아 쉽게 될 줄 알았는데 떨어졌다”며 “당장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2000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90만개 일자리에 대해 작년 11월 말부터 12월까지 모집을 했는데, 111만6000명이 몰려 경쟁률 1.24대1을 기록했다. 김씨처럼 21만6000명은 원서를 냈는데 합격하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를 계속 늘리고 있지만, 고령화 여파로 탈락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04년 3만5127개로 처음 시작해 2014년 33만6431개, 2018년 54만3926개, 2024년 107만3558개로 급증했다. 올해(115만2000개)도 작년보다 4.9%(5만4000개)나 늘어났다. 올해 사업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5조원에 달한다.

일자리는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8만6046명이었던 탈락자는 2024년 12만5712명까지 늘었다. 작년 여름 20만명을 넘긴 후 계속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우리나라 노인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인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작년 말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중위 소득의 절반 미만을 버는 비율)은 39.7%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8%)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그만큼 소득이 낮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인 빈곤율이 높은 상황에서 노인들에게 돈을 주되, 최소한의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노인 일자리 정책의 취지”라며 ”단순한 소득 보전 차원을 넘어 노인들의 경험이 활용될 수 있는 노인 일자리를 계속 만들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