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대 입시 학원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의대의 현재 모집 인원에 따라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증원 규모를 정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의료계와 교육계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의사인력 수급추계 위원회(추계위)에서 결정한 ‘미래 부족 의사 인력 추계’를 바탕으로 증원 규모를 정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추계위 결정과 상관없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추계위 관계자들은 “이럴 거면 수개월간 추계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열린 5차 보건의료 정책심의 위원회(보정심) 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했을 때 2027~2030학년도는 매년 579~585명, 공공의대와 신설 의대가 문을 여는 2030~2031년은 779~785명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위원들에게 제시했다.

이 숫자는 복지부가 의대별로 현재 모집 인원에 따라 ‘증원 상한’을 정하면서 나온 것이다. 복지부는 국립대의 경우 정원 50인 이상은 지금보다 최대 30%, 정원 50인 미만은 최대 50%, 사립대는 정원 50인 이상은 20%, 50인 미만은 30%를 증원 상한선으로 뒀다. ‘의정 사태’로 현재 2024·2025학년도 입학생이 동시에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급격히 늘리면 의대들의 교육 여건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한선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복지부가 이날 제시한 증원 규모는 추계위나 기존 보정심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당초 추계위는 지난 7월부터 12차례 회의를 거쳐 ‘미래 의사 부족 규모’에 대한 12개 모델을 보정심에 전달했고, 보정심은 이를 바탕으로 매년 732~840명 정도를 늘리는 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의대 교육 여건’을 명분으로 들며 새로운 숫자를 제시한 것이다.

추계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이럴 거면 추계위 회의는 왜 했는지 허탈하다”며 “정부는 교육 여건을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실제론 지난해 모집 인원을 바탕으로 몇 %를 늘릴지만 제시했을 뿐 특별한 기준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 여건을 고려해 증원 규모를 정하려면 대학마다 교수나 시설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더 세밀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의 정원을 기준으로 증원 규모를 단순 계산했다는 것이다.

복지부 측은 “아직 증원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다음 달 10일 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