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약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돼 너무 좋아요.”
만 8년 넘게 희귀 난치성 질환(과호산구증후군)과 싸워온 13세 유은서양이 어머니 박모(44)씨로부터 간과 말초혈 조혈모세포(적혈구·백혈구 등을 만들어내는 세포)를 차례로 이식받는 치료법을 통해 약(면역 억제제) 없이도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게 됐다. 과호산구증후군이란 세균, 바이러스 등과 싸우는 세포인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가 혈액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주요 장기를 공격하는 병이다. 유양의 경우엔 그동안 면역 체계가 간을 공격했었다고 한다.
26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유양은 성인이 아닌 소아 환자가 간과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은 뒤 면역 체계가 간을 공격하지 않는 첫번째 국내 사례가 됐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성공 사례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지난 2017년 과호산구증후군 진단을 받았던 유양은 그동안 소장에 구멍이 나는 등의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왔다.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호산구가 간도 공격했고, 결국 간경화로 이어진 상태였다. 특히 2024년에는 간경화 합병증도 심해져 결국 간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비록 의료진이 유양에게 어머니 간을 이식했지만, 골수에서 호산구를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 내는 게 근본 원인이었던 만큼 간 이식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에 의료진은 작년 2월 어머니에게서 말초혈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유양에게 추가 이식했다. 보통의 경우 면역 체계는 외부에서 이식돼 들어온 장기를 ‘침입자’로 간주해 공격한다. 이런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유양의 경우는 달랐다. 어머니의 조혈모세포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면역 체계가 이식받은 간을 ‘외부 장기’가 아닌 ‘자기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양은 면역억제제 복용을 작년 10월 중단했고, 최근 조직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 교수는 “이번 사례가 비슷한 고통을 겪는 환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