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8)씨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친구들과 만나도 밥을 먹고, 카페는 가지만 함께 술을 마시진 않는다. 김씨는 “원래도 술을 좋아하진 않았다”며 “회사에서도 술을 강제로 권하지 않는 분위기가 점점 자리잡아 음주량을 계속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리나라 20대의 음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이들은 술자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고, 건강·체력·몸매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20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에선 음주량이 다시 늘고 있다.
18일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20대(만 19세 포함)의 하루 주류 섭취량은 64.8g으로 2023년(95.5g)에 비해 1년 새 30% 이상 줄었다. 이는 60대의 하루 주류 섭취량(66.8g)보다 낮은 수준이다.
2005년만 해도 20대의 하루 주류 섭취량은 139g으로 전 연령대 중 1위였고, 2013년에는 176.3g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대의 주류 섭취는 2016년(121.6g)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는 89.9g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2024년 다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음주 문화에 대한 달라진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술 강요’가 상당 부분 사라졌고, MT(멤버십 트레이닝) 등 행사도 술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18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제’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시행되며 ‘퇴근 후 회식’이라는 기업의 음주 문화가 대거 바뀐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대 직장인 강모(29)씨는 “학교에서나, 회사에서나 억지로 술을 마시라는 강요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반면 다른 연령대의 주류 섭취량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30대의 하루 주류 섭취량은 144.5g으로 전년(89.1g)보다 62%나 폭증했다. 36% 늘어난 40대(161.8g)는 주류 섭취량 1위 연령대가 됐다. 이는 2023년 코로나 팬데믹 종료 선언 이후 대면 회식과 모임이 재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최모(43)씨는 “회식이나 접대 등이 다시 부활하면서 술을 마실 기회가 늘었다”며 “직장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많고, 그동안 술을 마셔온 습관이 있다 보니 계속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고 했다. 50대, 60대도 전년보다 각각 14%, 7%씩 늘었다.
질병관리청은 “소량의 음주라도 고혈압, 암을 유발할 수 있고, 과도한 음주는 간 질환, 관상동맥, 심장 질환 및 뇌졸중 위험을 높이고 영양 결핍과 수면 장애를 유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