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학년도 이후 늘어나는 의대 모집 인원은 모두 ‘지역의사제’ 몫으로 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모집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의료 정책심의 위원회(보정심)는 이날 3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의사 인력 양성 규모 심의 기준’을 논의했다. 보정심은 2027학년도 대입에 적용할 의대 모집 인원 규모를 심의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 직후 보도자료에서 “12차례에 걸쳐 논의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추계 결과를 존중하기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추계위는 ‘2040년 기준 최소 5015명~최대 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정부가 의대 모집 인원을 올해(3058명)보다 늘리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얼마나 늘릴지의 문제일 뿐, 올해보다 늘리는 것은 확실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앞으로 의대 정원을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할 기준들을 정했다. 핵심 원칙은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필수·공공 의료’ 분야 인력 확보를 목표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7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모집 인원을 늘리면 추가되는 인원은 모두 ‘지역의사제’ 전형에 할당하기로 했다.
지역의사제 전형은 지방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에 남아 최소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한다는 조건으로 입학생을 뽑는 것이다. 대신 의대를 다니는 동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입학금, 등록금, 기숙사비 등을 지원받는다. 만약 의대 졸업 후 ‘10년 의무 근무’를 하지 않으면 시정 명령을 거쳐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보정심은 여당과 정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대와 지방 신설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선 추후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공공 의대와 신설 의대 모두 아직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고, 설립에도 최소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역의사제는 이미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상태다.
보정심은 또 소규모 의대들의 적정 정원을 확보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현재 전국 의대 40곳 가운데 17곳이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인데 이 정원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논의를 다음 달 3일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이날 복지부 관계자는 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보정심에서 (정원에 대한) 의사 결정을 못 하면 입학 정원은 5058명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24년 3058명이던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의료계가 반발하자 2025학년도엔 4565명을 뽑았다. 이후 2026학년도엔 3058명만 모집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입학 정원은 5058명이기 때문에 보정심에서 2027학년도 정원에 대한 결론이 안 나면 5058명을 모집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들은 “추계위 논의가 시간에 쫓겨 추계를 졸속으로 진행했고, 내용도 과학적이지 않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오는 31일 모집 인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국의사 대표자 대회를 열 예정이다. 의료계 안팎에선 2024년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건의료 정책심의 위원회
보건의료 분야 주요 정책 방향을 심의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기구.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위원과 수요·공급자 대표, 민간 전문가 등 총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대 정원 등 국가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중요한 정책을 최종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