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공공 의대’의 윤곽이 나왔다. 학부가 아닌 전문대학원 형태로, 졸업 후 15년을 공공 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지난 9일 이런 내용이 담긴 ‘국립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와 협의를 거친 법안으로, 사실상 여당·정부안이라는 평가다.
핵심은 공공 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사를 안정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국립 의학전문대학원’을 세우고, 졸업생은 의사 면허 취득 후 15년간 공공 의료 부문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하는 것이다. 군 복무 기간은 의무 복무 15년에 포함되지 않지만, 정부가 정한 공공 의료 기관에서 수련을 받은 기간은 포함된다.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정부가 시정 명령을 할 수 있고, 시정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최대 1년간 의사 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 면허 정지를 3번 이상 당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대신 학생들은 입학금,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받는다.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지원받은 경비를 반환해야 하는데,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 반환하는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공 의대 졸업 후 어떤 의료 기관에서 일할지는 정부가 정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공공 의료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졸업생 배치 기준을 결정한다. 어떤 전공 분야로 몇 명 뽑을지도 매년 정부가 정할 방침이다. 의무 복무 의사는 일하는 곳을 바꿀 때도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국립 의학전문대학원을 어디에, 어느 정도의 규모로 세울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100명 안팎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 의학 교육계에선 정상적인 의대 교육이 이뤄지려면 한 학년에 최소 80명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법 시행은 ‘공포 후 6개월 이후’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학원 설립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 의대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같은 전문대학원 형태로 만드는 것은 학부생보다 대학원생을 선발하는 것이 설립 목적을 실현하는 데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보다 학부 4년을 졸업했거나 사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공공 의대의 사회적 필요성과 취지를 잘 이해하고 의무 복무도 더 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는 곳은 사립인 차의과대학이 유일하다.
공공 의대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사제’는 이미 지난달 2일 도입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의대 정원 안에서 일정 비율을 ‘지역 의사 전형’으로 뽑되, 이 전형으로 의대에 진학하면 해당 지역에서 졸업 후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래 의사 인력이 얼마나 부족할지를 전망한 ‘의사 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지난달 말 활동을 종료했고, 정부는 현재 ‘보건의료 정책 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 중이다. 보정심에서는 지역의사제 정원과 공공 의대 정원을 고려해 전체 의대 정원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정심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설 연휴 전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공공의대
공공 의료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 공공 의료 기관들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자, 정부가 이곳에서 일할 의사를 직접 양성하기 위해 설립하는 것이다. ‘공공의료 사관학교’ 등으로 불리다가 최근 ‘국립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국회에 도입 법안이 발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