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에서 국민들의 병원 진료비와 약값을 지원해준 금액(건보 급여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100조원 돌파는 처음으로, 10년 사이 약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국내에서 심해지는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내 건보 급여 지출액을 약 101조원으로 잠정 집계해 놓은 상태다. 일단 지난달 23일까지 집계한 지출액(99조6300억원)에다 하루 평균액(약 2790억원)을 토대로 남은 기간 지출액을 추산한 결과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공식 집계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100조원을 넘은 건 확실하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건보 급여액이란 건강보험에서 실제 병원과 약국에 준 돈을 뜻한다. 진료비나 약제비는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본인 부담금’과 건보공단이 주는 ‘급여비’로 구성되는데, 이 중 ‘급여비’에 해당하는 돈이다.

건보 급여 지출은 매년 급격히 늘고 있다. 약 10년 전인 2016년만 해도 50조8906억원이었지만, 2020년 69조3510억원, 2024년은 92조964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일단 점점 심해지는 우리나라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병원에 갈 일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진료비도 자연스럽게 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MRI(자기공명영상)도 2018년 뇌·혈관·특수 검사를 시작으로 2022년 척추까지 건보 적용이 대거 확대됐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정부가 의정 갈등을 거치면서 필수 의료 분야나 중증 질환 관련 수가를 올린 것도 건보 급여액 지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건보 지출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점이다. 저출생·고령화로 돈 낼 사람은 계속 줄어드는데 병원 갈 사람은 계속 많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의료 이용량이 줄어들 기미도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보건 통계 2025’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우리나라가 연간 18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건보는 이미 보험료만으로는 자체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2024년의 경우 보험료 수입은 83조9520억원으로 보험료 지출(92조9640억원)보다 9조원가량 적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만으로는 유지가 안 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기존에 소득의 7.09%였던 건강보험료 요율을 올해부터 7.19%로 올렸지만, 이것만으로는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비록 건보 적립금 29조7000억원(2024년 기준)이 쌓여 있긴 하지만, 현재와 같은 지출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소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성웅 건강보험연구원 재정안정화연구센터장은 “진료비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재원 확보 방안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의료비와 함께 급증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