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의사인력 수급추계 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성루청사에서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의사 인력 수급추계 위원회(추계위)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추계 결과에 타당성이 부족하다” “동의하기 어렵다”는 말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추계위는 지난 30일 ‘2040년 최소 5704명~최대 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최종 결과를 내놨는데, 비판 의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추계위 추계 결과를 토대로 향후 의대 정원을 조정할 방침이라, 의정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계위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일 소셜미디어에 “마음 속에 (위원들) 각자의 결론이 내려져 있던 상태에서, 합의를 통해 새로운 의견을 도출해 내기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며 “(제대로 결론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정 교수는 “15명의 위원이 전문적인 식견을 펼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명확했다”며 “위원 한 명에게 주어지는 발언 시간은 (매 회의마다) 5~6분에 불과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검토할 수 있던 자료에 한계가 많았다’며 ‘위원회가 쓸 수 있는 데이터에 많은 불확실성과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교수는 위원회가 결론 중 하나로 ‘아리마 모델’을 채택한 것을 정면 비판했다. 위원회는 의사가 얼마나 필요할지에 대한 전망으로 통계학적 모델 3개를 선택했는데, 아리마 모델은 3개 모델 중 부족한 의사 수가 가장 많다고 전망(2040년 최소 1만289~최대 1만1136명)한 모델이다. 다른 모델과 달리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특성이 있다.

정 교수는 “아리마 모형은 매우 짧은 기간의 미래를 예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문헌을 통해 찾아본 바 전 세계에서 의사 인력을 추계하는 수많은 선진국 중 아리마 모형을 채택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AI(인공지능)와 기술 발달로 의사가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의사가 투입하는 노동시간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며 “여기에 대한 논의 시간 자체가 부족해 (영향이 없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 교수와 마찬가지로 추계위에 위원으로 참가했던 김현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최근 소셜미디어에 “추계 결과가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를 6%로 가정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온 나라가 AI로 생산성 혁명을 이루고자 달려가고 있고, AI 기반 진단·판독·의사결정 지원이 일상화되면 6%라는 수치는 지나치게 낮을 수 있다”며 “많은 논문들은 도입된 영역에서는 생산성 증가가 20~70%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저와 같은 인식이 다수의 선택은 아니었고, 결국 다른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했다.

한편, 의대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2일 “정부가 미리 정해 놓은 의대 증원을 정당화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추계위의 추계 결과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협의회는 “(의대에서) 2개 학년이 동시에 교육받는 상황이 끝나기 전에는 입학정원의 추가 증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의대 학부모들로 구성된 ‘전국의과대학학부모연합’도 추계위의 결론이 충분한 검증과 숙의 없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