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만성 질환 진료비가 연(年) 90조원을 넘어섰다. 또 10년 사이 가장 많이 늘어난 주요 만성 질환은 고지혈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5 만성 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지난해 만성 질환 진료비는 90조7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만성 질환 진료비가 90조원을 넘은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진료비의 80.3%를 만성 질환이 차지했다. 이와 함께 만성 질환에 의한 사망자는 28만2716명으로, 전체의 78.8%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만성 질환 진료비 증가는 우리나라 고령 인구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0.3%(올해·1051만4000명)로, ‘초고령화 사회’ 기준인 20%를 넘어섰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1인당 연평균 진료비(551만원)가 전체 평균(226만원)보다 약 2.4배 높은 편이다.

주요 만성 질환 유병률(성인 인구 중 환자 비율)을 살펴보면, 고혈압(20.0%)과 당뇨병(9.4%)은 10년 전보다 1~2%포인트 정도 줄어든 반면 고지혈증(20.9%)은 이 기간 8.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혈증 유병률이 고혈압 유병률을 앞지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2023년과 2013년 주요 만성 질환 유병률을 비교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유병률 자체는 비만(37.2%)이 더 높았지만, 10년 전보다 늘어난 비율(약 6%포인트)을 따져보면 고지혈증에 미치지 못했다.

고지혈증은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등의 영향으로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일정 기준보다 많아지는 질병이다. 대부분 별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계속 방치했다가는 자칫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생활 습관 개선과 약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오상우 동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약만 먹어도 치료 효과가 86.2%나 된다”며 “고지혈증은 고혈압과 달리 혈액 검사를 해야만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만큼, 평소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이를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