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부산에 사는 A(67)씨다. 올해부터 받고 있는데, 월 수령액이 318만원을 넘는다. 만 30세부터 연금 납입을 시작한 그는 만 60세에 은퇴한 뒤에도 연금 수령 나이(만 62세)가 될 때까지 2년간 더 연금을 넣었다. 이를 통해 연금 수령액을 월 225만원에서 234만원으로 올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A씨는 만 62세가 됐을 땐, 연금 수령 시기를 67세로 늦췄다. 그 덕분에 월 318만5040원을 받게 된 것이다. A씨가 32년 1개월에 걸쳐 납입한 보험료는 총 1억 600만원. 연금을 3년만 수령(약 1억 1460만원)해도 그동안 납입했던 금액보다 더 많이 받는 셈이다.
2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으로 월 300만원 이상 받는 사람이 16명(올 8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300만원 이상 연금 수령자가 나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본지가 이들을 분석한 결과, 16명 모두 ‘임의 계속 가입’으로 연금 납입 기간을 최대한 늘린 동시에 ‘연기 연금’을 통해 수령 시점을 최대한 늦춘 것으로 확인됐다.
‘임의 계속 가입’은 만 60세가 되더라도 연금 수령 나이가 될 때까지 보험료를 계속 납입하는 제도다. ‘연기 연금’은 수령 시점을 최대 5년간 늦출 수 있는 제도로, 1년 늦출 때마다 연금 월 수령액이 7.2%씩 늘어난다. 16명의 평균 연령은 67.25세. 62세(1957~1960년생 기준)부터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 시기를 모두 5년가량 늦춘 것이다. 이들의 연금 평균 가입 기간도 377개월로, 모두 30년(360개월)을 훨씬 넘었다. 이 가운데 대표이사 출신인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3명은 대기업·은행·회계법인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업의 회사원 출신이었다. 연금 부자 대부분이 ‘월급쟁이’ 출신인 셈이다. 이들이 사는 곳은 서울(10명)이 가장 많았고, 이어 부산(3명), 대구·인천·경기(각 1명) 등의 순이었다.
인천에 사는 B(67)씨의 경우, 출산 크레디트 제도까지 활용했다. 이 제도는 2008년 이후 낳은 자녀 수에 따라 실제로 보험료를 내지 않았더라도 최대 50개월까지 납입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부부 중 한 명이 혜택을 몰아받을 수 있는데, B씨가 이를 통해 36개월의 혜택을 본 것이다. 그 결과, 총 9400만원을 납입한 그는 월 301만7000원을 받는다. 경기에 사는 C(67)씨의 경우, 또래 연금 수급자들에게는 별로 없는 ‘추가 납부 4개월’이란 특징이 있었다. 이직 등으로 연금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했던 기간을 나중에 추가 납부 제도를 활용해 메운 것이다. 그 결과, 총 1억600만원을 납입한 C씨는 현재 매달 연금 311만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은 무조건 빨리 가입하는 게 좋다”며 “연금 제도를 잘 아는 부자들은 만 18세 연금 가입 가능 시기부터 자녀를 국민연금에 가입만 시켜놓는 형태로 제도를 충분히 활용한다”고 조언했다. 청년들이 18세부터 연금에 가입해 놓고 나중에 직장을 구했을 때 빈 기간의 보험료를 추가 납부하는 식으로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전 한국연금학회장)는 “연금 부자들처럼 5년씩 늦춰 연금을 받기 힘들더라도 보험료 납입 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중간에 납입 공백이 있을 땐 추가 납부 제도를 이용하라”고 했다. 연금공단이 2033년 기준 보험료율 13%를 기반으로 월급 100만원을 받는 사람이 40년간 납입한 경우와 월급 400만원을 받는 사람이 10년간 납입한 경우를 비교한 결과, 둘의 향후 연금 수령액은 88만원과 38만원으로 차이를 보였다. 또 추가 납부 제도를 활용하면 경력 단절이나 이직, 퇴직 등으로 연금을 납부하지 못한 기간(최대 10년)의 보험료를 나중에 채워 넣을 수 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년들에게 첫 연금 보험료 3개월분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추진 중인데, 나중에 도입되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