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안겨줬던 해외 입양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학대 등으로 부모와 분리해야 하는 아동을 위탁 가정에서 돌보는 ‘가정 위탁 제도’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 왔는데, 앞으로 국가가 직접 맡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이런 내용이 담긴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아동정책기본계획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범정부 계획으로, 이번 계획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적용된다.
해외 입양은 6·25 전쟁으로 발생한 전쟁 고아에 대한 대책으로 미국인 해리 홀트 부부가 1953년 8명을 미국으로 입양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로 입양간 국내 어린이가 2만2866명에 달하는 등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해외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이 과정에서 ‘아동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등 다양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입양에 대한 국가 책임을 점차 확대해 왔다. 지난 7월엔 입양 절차를 정부가 관리하는 ‘공적 입양 체계’를 도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가가 입양인 여러분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더 나아가 2029년까지 해외 입양을 없애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73년 만이다.
앞으로 예비 부모의 입양 신청 접수와 교육, 입양 여부 결정까지 모두 정부가 맡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양은 국내 입양을 원칙으로 하되, 만약 전문가들이 국내보다 해외 입양이 낫다고 판단하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부가 직접 해외 당국과 협의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현재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가정 위탁 제도’를 이르면 2027년부터 국가가 맡기로 했다. 가정 위탁 제도는 학대 등 문제로 부모와 분리가 필요한 아동을 위탁 가정에서 돌보는 제도다. 하지만 위탁 가정 모집이 쉽지 않은 데다 특정 지역에서 보호 대상이 된 아동은 해당 지역의 위탁 가정에만 맡길 수 있어서 연계가 쉽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가 위탁 가정을 한꺼번에 모아 효율적으로 아동과 가정을 연결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지역별로 다른 위탁 가정에 지급하는 양육 보조금도 표준화하기로 했다. 또 위탁 부모에게도 아이의 학교 입학·전학, 은행 계좌 개설, 휴대전화 개통 등에 필요한 ‘법정 대리권’을 주기로 했다.
아이가 아동 학대로 사망한 것으로 의심될 때는 심층 사례 분석을 실시하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아동의 사망 원인을 살펴보는 ‘아동 사망 검토’ 제도 도입도 고려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순히 처벌에 그치지 않고 아동 학대가 발생한 원인 등을 따져보고 관련 정책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아동이 자살한 경우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심리 부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게는 교육권 보장을 위해 국내 체류 자격을 2028년 3월까지 부여하고, 이들에 대한 실태 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만 7세 이하’인 아동수당 지급 대상은 내년부터 매년 1세씩 올려 2030년에는 12세까지 넓히기로 했다. 비수도권과 인구 감소 지역에는 수당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하지만 아동수당 확대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지방 추가 지원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8세에 대해서는 소급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