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 양평군 양평읍 노도성당에서 사랑의열매를 통해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에 총 1억원 기부한 육군 대위이자 군목인 정천진 대위. /김지호 기자

“군에서 받은 월급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에게 가장 먼저 돌려주고 싶었어요.”

정천진(43) 소령은 ‘월급 기부자’다. 평생 모은 거액을 일시에 내놓은 게 아니라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5년간 총 1억원을 기부했다. 정 소령은 2020년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신학교 학생이었던 그는 최전방 28사단에서 GOP(일반전초) 경계병으로 2004년 제대했다. 이후 사제 서품을 받고 신부가 된 뒤 군에서 신부로 복무하는 군종 장교로 2014년 재입대했다. 특전사, 육군사관학교 등을 거쳐 지금은 경기 양평의 2신속대응사단 군종 실장과 이 부대 내 노도 성당에서 주임 신부를 맡고 있다. 정 소령은 2020년 4월 사랑의열매를 통해 복무 중 순직하거나 다친 장병들과 그 가족을 돕는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이와 함께 올 4월까지 5년간 매달 150만원씩 총 9000만원을 기부했다. 이 기금에 기부한 전·현직 군인 중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은 정 소령이 유일하다. 그는 “이웃 사랑의 기쁨은 말할 때가 아니라 그것을 작게라도 실천할 때 느낄 수 있다는 걸 저도 배웠다”고 했다.

정 소령이 매달 기부한 150만원은 월급의 절반가량이다. 나머지 돈은 주일에 성당에 오는 장병들과 주민을 위한 간식과 선물을 사는 데 대부분 썼다. 그가 사는 부대 옆 사제 관사의 옷걸이엔 사복이 계절별로 1벌씩만 걸려 있다. 그는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걸 어린 시절에 배웠다”고 했다.

경기 안양 출신인 그는 2남 2녀 중 막내였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쌀 가게 옆에 달린 10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여섯 식구가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빚 보증을 섰던 지인이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매달 은행에 빚을 대신 갚았다.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한 기억이 없다고 한다. 어머니가 한 달에 한 번씩 볶아준 닭발을 식구끼리 둘러앉아 먹는 것을 그의 가족은 ‘외식’이라고 불렀다. 한번은 지인 가족들과 바닷가로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정 소령 가족만 텐트가 없어 차에서 잤다고 한다. 그는 “부족하다는 게 불편할 수는 있어도 불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어머니가 해주시던 닭발은 맛있었고, 바닷가에 가서도 차에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잘 잤다”고 했다.

그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은 당신이 생활하던 사제관에 장난감을 갖다 놓고 아이들이 와서 놀게 해주셨다”며 “거기서 곰돌이·고릴라 인형 등을 재밌게 가지고 놀면 신부님은 늘 ‘집에 가져가라’고 하셨다”고 했다. 학교 준비물이었던 물감, 스케치북이 없어 걱정을 하고 있을 때 같은 성당 신도들이 그것을 사주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그도 신부가 돼 주변을 돕고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고, 2001년 신학교에 입학했다.

신부가 된 지 10년이 되던 2020년 그는 ‘월급 절반 기부’를 시작했다. 정 소령은 “기부를 하던 지난 5년 내내 행복했다. 무엇보다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이 국민에게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8년 발족한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은 장병, 기업, 단체 등의 참여로 현재 모금액이 88억원이다.

▲공동 기획: 조선일보사·사랑의열매

▲문의: 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