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3일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한국형 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

자신이 사는 동네 병원에서 일상적인 진료를 종합적으로 받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한국형 주치의’ 사업이 내년 50대 이상부터 시범 도입된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한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려면 지역사회 1차 의료기관끼리의 협조와 실제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현장에서 돌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정부가 시작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2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지역사회 1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주치의 제도에 참여가 가능할 만큼 의료 환경이 갖춰진 지역을 선정해 3년간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시범 지역에서 주치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환자는 내년엔 50세 이상만 해당하지만 내후년(2027년)부턴 아동 등 다양한 환자로 대상을 확대한다.

주치의 제도는 초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에 대응해 예방적·지속적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의료 환경이 부족한 지역에서 만성 질환 환자의 중증화를 막기 위해선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환자는 등록한 의원에서 건강검진 결과나 평소 상태에 맞춘 관리 계획을 제공받고, 필요하면 등록한 의원 외의 적정 의료기관에 연계돼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원하는 의원들끼리는 서로 연계한 의료 활동을 펼칠 수도 있다. 예컨대, 동네 내과 의사가 평소에 건강을 살펴주다가 정형외과적 진료가 필요하면 동네의 또 다른 정형외과로 환자를 인계해 줄 수 있게 된다. 만약 여러 과목의 진료가 모두 가능한 의료기관이 해당 지역에 있다면 이 기관은 거점 지원 기관 역할을 맡는다.

여러 의료기관의 연계를 위해 복지부는 기존 행위별 수가(의료 서비스의 대가) 대신 ‘통합 수가’를 도입할 예정이다. 원래라면 의료기관들은 의료 서비스를 한 번 제공할 때마다 수가를 받는데, 이런 방식이 아니라 지속적인 서비스에 대해 수가를 준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본인 부담 비용을 얼마나 낼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1년 단위 관리 개념이라 보통 구독료를 생각하면 월별, 분기별 (지급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지불할 것인지는 정해 놓지는 않았다”며 “주치의와 환자 간 합의가 돼야 하는데 의견을 들어보고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환자가 주치의 제도에 들어가고 구독료를 낸다고 해서 그 외 병원에 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주치의를 통해 평소 건강 관리를 하긴 하지만, 만약 더 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싶다면 동네 병원 아닌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

다만 의료기관들이 연계해서 환자를 볼 경우 각 병원들에 수가를 어떤 비율로 나눠서 줄지, 어떤 과목이나 어떤 환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제도를 이어나갈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 사업은 1차 의료기관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이들 간의 연계가 실제로 이뤄질지, 환자들이 이들을 믿고 꾸준히 방문하게 될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