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신관 분만실. 엄마 뱃속에서 38주 만에 태어난 아기 박서린 양의 심장이 몸 밖으로 완전히 나와 있었다. 심장을 보호하는 뼈인 ‘흉골’뿐 아니라, 가슴과 배 피부 조직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100만명 중 5명 정도에게만 생기는 원인 불명의 초희귀 선천성 질환인 ‘심장이소증(心臟異所症·심장이 가슴의 바깥 같은 비정상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증상)’에 걸린 것이다.
심장이소증에 걸리면 90% 이상이 출생 전 엄마 뱃속에서 죽거나, 설사 태어나도 보통 72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심장 일부가 몸 밖으로 나온 사례는 있었지만, 특히 서린양처럼 심장 전체가 밖으로 노출된 경우는 해외에서도 드물고 국내에선 처음이었다. 서린양은 박태호(39)·이해연(44)씨 부부가 둘째를 가지려고 3년간 14차례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임신한 아기였다고 한다. 임신 12주차에 심장이소증 진단과 함께 “태어나더라도 사흘을 넘기기 어렵다”는 설명을 전해 들었지만, 부부는 “엄마 뱃속에서 잘 크고 있는 아기를 중간에 포기할 수 없다”며 서린양을 그대로 낳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선 서린양이 태어난 이튿날부터 소아청소년심장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성형외과, 소아심장외과, 산부인과, 융합의학과, 재활의학 등이 총출동하는 대대적인 수술이 진행됐다. 성형외과 담당의가 서린양의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그 위에 인공 피부를 덮었고, 심장혈관흉부외과 담당의가 세 차례 수술을 통해 심장을 가슴 안으로 넣었다. 혈압을 유지하면서도 주변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심장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주는 고난도 수술이었다.
그 뒤에는 성형외과 담당의가 서린양의 피부 일부를 떼어내서 배양한 새 피부를 가슴에 이식했고, 융합의학과에선 3D(3차원)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뼈가 없는 서린양의 양쪽 가슴을 모아주는 맞춤형 보호대를 제작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서린양은 생후 100일 만에 처음으로 부모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17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심장이 몸 밖으로 완전히 나온 신생아 수술이 성공한 경우는 국내에선 서린양이 최초라고 한다. 생후 8개월이 된 서린양은 현재 퇴원 후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다니고 있다. 다만 아직 호흡기를 달고 있으며, 최종 교정을 위해 세 살이 넘으면 추가 수술도 받아야 한다.
엄마 이씨는 “서린이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적을 만들어준 의료진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서린이가 말썽을 부려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