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평일 밤, 서울에 사는 80대 암 환자 A씨는 자신의 위와 연결된 영양 공급 ‘튜브’를 잘못 잡아당기는 실수를 했다. 튜브가 배에서 빠졌고, 의료진이 다시 끼워줘야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A씨 가족은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는 환자 이송 전 전화기부터 꺼냈다. 3곳의 병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우리가 해 줄 수 없다”며 환자 수용을 거절했다. 4번째 병원에서 겨우 수용 통보를 받은 A씨는 119 구급대와 만난 지 50분 뒤에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19 구급대가 신고받은 현장 도착 후 환자를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15일 소방청에 따르면, 환자를 태운 119 구급대가 병원까지 30분 이내 도착한 건수는 2023년 16만591건(월평균)에서 올 상반기 13만254건(월평균)으로, 1년 반 만에 20% 가까이 줄었다. 반면 도착까지 30분을 초과한 건수는 이 기간 3189건에서 7401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시간을 초과한 경우도 38건에서 87건으로 증가했다.
응급 환자는 빠른 치료가 관건이고 이송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송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응급 환자를 최종적으로 치료할 외과·내과·산부인과 등 ‘배후 진료’가 뒷받침되지 않아, 병원이 환자 수용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초 접수와 병원 이송을 119가 맡았는데, 정작 119에선 응급센터와 배후 진료 상황을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초 응급 전화를 받는 소방은 의료 기관에 대한 구체적 실시간 정보가 없다”며 “결국 119는 전화를 돌리고, 병원에선 ‘진료가 안 된다’는 이유로 환자를 거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